지난달 서울 반포리체 전용 84㎡가 40억원에 매매된 뒤 매도인이 매수인에게 채권최고액 6억원의 근저당권을 설정했다. 실제 대출액의 120% 정도를 채권최고액으로 설정하는 점을 고려하면, 매수인이 매도인에게서 4억원가량을 빌린 것으로 추정됐다. 강남·서초·송파구에서 주택을 살 때 가족이나 매도인 등 개인에게 빌린 자금 비중이 주택담보대출 비중보다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27일 김미애 국민의힘 의원이 국토교통부에서 받은 ‘주택취득자금 조달 및 입주계획서’에 따르면, 지난달 강남3구의 주택 자금조달서 제출 금액 중 ‘그 밖의 차입금’ 비중은 7.6%였다. 이 항목에는 부부·부모 등 가족이나 주택을 매도한 집주인 등 개인에게 빌린 자금이 포함된다.
개인 간 차입 비중은 주택담보대출 한도를 6억 원으로 제한한 6·27 대책 직후인 지난해 7월 이후 가장 높았다. 같은 기간 강남3구 매수자의 주택담보대출 자금조달 비중은 22.8%에서 5.3%로 낮아졌다.
구별로는 강남구의 ‘그 밖의 차입금’ 비중이 7월 3.9%에서 9월 9.2%(244억원)로 올랐다. 같은 기간 전체 자금조달액은 6743억원(268건)에서 2645억원(135건)으로 줄었다. 서초구는 해당 비중이 3.3%에서 8.7%로 상승했고, 차입금액은 130억원에서 225억원으로 늘었다. 송파구도 7월 3.8%, 8월 4.7%, 9월 4.9%로 비중이 높아졌다.
이재명 대통령 부부가 지난 7월 경기 성남시 분당 아파트를 매도하며 매수인의 잔금 지급을 일정 기간 유예하고 근저당권을 설정한 사실이 알려진 뒤, 강남 일대 고가 아파트 시장에서 매도인이 잔금을 빌려주는 ‘집주인 대출’이나 ‘매도인 근저당’ 조건의 매물이 등장했다. 금융권 대출 규제 강화도 개인 간 차입이 늘어난 배경으로 거론됐다.
주택담보대출 비중은 강남구에서 지난해 7월 23.2%에서 올해 9월 5.4%로 낮아졌다. 서초구와 송파구도 같은 기간 각각 22.1%, 22.8%에서 3.6%, 6.8%로 줄었다. 25억원 초과 주택의 주택담보대출 가능액을 2억원으로 낮춘 10·15대책 이후에는 은행 대출 비중이 더 줄었을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윤수민 NH농협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집주인 대출을 금융권 자금 조달 통로가 막히면서 나타난 ‘규제의 역설’로 설명하면서, 매도자와 매수자 모두 위험을 감수하는 거래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매수자가 금융권 대출 한도를 넘어 자금을 마련하고 매도자는 거래 성사와 이자 수익을 얻을 수 있다는 점을 셀러 파이낸싱의 특징으로 들었다. 가족 간 차입은 자산을 처분하지 않고 매수자금을 지원하는 선택지가 될 수 있다는 설명도 제기됐다.
김효선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사적 차입은 개인의 자산과 신용관계에 따라 접근성이 달라진다며, 이런 자금조달 유연성이 장기적으로 주택시장 양극화를 심화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남혁우 우리은행 부동산연구원은 토지거래허가제에 따른 실거주 의무와 대출 규제 등이 가족 간 차입이나 셀러 파이낸싱으로 자금을 마련하는 배경이 됐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