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대출 규제가 이어지는 가운데 압구정 신현대와 잠실주공5단지에서 대부업체·개인 등을 통한 거액의 근저당 설정 사례가 확인됐다. 알스퀘어가 28일 두 단지의 등기부를 분석한 결과, 규제 본격화 이후 실거래와 등기가 완료된 116건 가운데 사금융을 이용한 것으로 추정되는 거래가 잇따랐다.
압구정 신현대는 규제 이후 거래 40건 중 4건, 잠실주공5단지는 76건 중 7건에서 대부업체와 개인, 일반 법인 등을 통한 거액의 근저당 설정이 발견됐다. 일부 거래의 채권최고액은 50억 원대였으며, 두 단지에서는 지역농협 등 상호금융을 통해 수십억 원의 근저당이 매매 직후 설정된 사례도 각각 2건씩 확인됐다. 조사 대상에서 이 같은 거래가 차지한 비중은 약 12~15%였다.
규제 이전인 2023년부터 2025년 6월까지 거래 51건을 무작위로 살펴봤을 때 유사 사례는 2건이었다. 당시에는 주택담보대출 금액 제한 없이 주택담보인정비율(LTV) 50% 규제가 적용됐다. 압구정 신현대와 잠실주공5단지는 재건축이 진행 중인 강남권 주요 단지로, 평균 매매가격은 각각 80억 원대와 40억 원대다.
개별 등기부에는 대부업체를 통한 고액 근저당도 나타났다. 7월 거래된 압구정 신현대 9차에는 매매가격의 80%에 해당하는 57억 원의 근저당이 대부업체 두 곳 명의로 설정됐고, 설정일은 소유권 이전 등기일과 같았다. 올해 1월 매매된 잠실주공5단지에는 소유권 이전과 동시에 거래가격의 60% 수준인 25억 원의 대부업체 근저당이 설정됐다. 잔금 납부 직후 협동조합을 통해 30억 원의 근저당이 설정되거나, 매매 두 달 뒤 개인 명의로 16억 원의 근저당이 추가된 사례도 있었다.
근저당 설정 내역이 없는 거래는 전체 116건 중 66건으로, 전체의 56.9%였다. 압구정 신현대는 40건 중 28건, 잠실주공5단지는 76건 중 38건에서 근저당이 설정되지 않았다. 등기부에서 담보대출이 확인되지 않아 현금 매수 가능성이 있는 사례다. 규제 전 잠실주공5단지는 거래 33건 중 25건(75.8%)이 제도권 금융을 이용했고, 근저당이 없는 거래는 7건(21.2%)이었다.
매수자 연령에서도 차이가 나타났다. 압구정 신현대는 40세 미만 매수 가구가 16가구(40%)였고, 이 가운데 8가구는 60억~128억 원대 아파트를 단독 명의로 취득했다. 이들 단독 명의 거래 중 5건은 담보대출을 끼지 않았다. 잠실주공5단지는 공동명의자를 포함한 매수자 평균 연령이 48세였으며, 40세 이상 가구가 75%(57가구)를 차지했다. 매수자 주소지는 강남3구가 76.3%(58가구)였고, 송파구 거주 가구는 42가구(55.3%)였다.
청약시장에서는 서초구 디에이치 반포124 분양을 앞두고 고가점 무주택자와 자금을 댈 투자자를 연결해 차익을 나누려는 ‘신종 떴다방’도 등장했다. 대출 규제로 자금 마련이 어려운 무주택자의 청약 기회를 이용하는 변종 사금융이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금융권 대출이 어려워지면서 사금융이나 현금을 활용할 수 있는 매수자와 정상적인 금융권 대출에 의존하는 실수요자 사이에 주택 매입 기회가 달라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왔다. 신보연 세종대 부동산AI융합학과 교수는 서울 주요 입지의 공급 물량을 먼저 확보한 뒤 불필요한 규제를 조금씩 완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