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모델링 관련 규제가 일부 완화되면서 수도권 노후 아파트 단지의 사업 추진이 이어지고 있다. 대형 평형 세대 분할과 조합설립 동의율 기준 완화가 추진되는 가운데 건설사들도 리모델링 사업 모델을 확대하고 있다.
한국리모델링융합학회 집계로 올 상반기 리모델링 조합설립 인가를 받은 곳은 6곳이다. 2023년 14곳에서 2024년 2곳, 지난해 1곳으로 줄었던 인가 건수는 올해 들어 반등했다. 인가를 받은 단지는 경기 분당 한솔마을 6단지와 서울 서초구 유원서초, 송파구 가락한신, 중구 신당 남산타운, 동작구 신동아4차, 양천구 목동 한신청구다.
지난달 기준 전국 150개 단지에서 12만 980가구가 리모델링을 추진하고 있다. 지역별로는 서울이 82개 단지였고, 경기도에서는 용인시 14개, 안양시 10개, 성남시 분당구 9개, 수원시 8개, 군포시 6개 순으로 집계됐다.
국토교통부는 8월 리모델링 인허가 동의율을 75%에서 70%로 낮추는 주택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8월 국회를 통과한 주택법 개정안에는 인접 단지의 공동 리모델링을 허용하는 내용도 담겼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리모델링도 정비사업 일환으로 함께 장려해야 안정적 주택 공급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시행령 효과를 점검하고 추가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서울시도 리모델링 촉진책의 세부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7일 취임 100일 기자간담회에서 “리모델링도 재건축과 똑같은 조건에서 경쟁할 수 있도록 촉진책을 마련하고 있다”며 구체적인 내용을 조만간 공개하겠다고 말했다. 서울시 방안에는 안전관리를 강화하면서 절차를 간소화하는 내용이 담길 것으로 보인다.
현장에서는 조합 설립과 인허가를 준비하는 단지가 늘고 있다. 서울 성동구 행당동 행당한진타운 리모델링 추진위원회는 조합 설립 동의서를 받고 있다. 경기 광명시 중앙하이츠1차는 4월 조합설립인가를 신청했으며, 추진위원장 조태일은 동의율 기준 완화로 인가 절차가 예상보다 빨라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사업비와 안전 기준은 과제로 남아 있다. 분담금과 금융 비용 부담이 크고, 재건축과 달리 리모델링은 저금리 융자 지원 대상이 아니라는 지적이 나온다. 올해 8월 의결된 주택법 개정안에는 일정 수준 이상 공사비가 증가하면 검증을 의무화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차정윤 한국리모델링협회 부회장은 시행령에 공사비 간이 검증 절차를 추가하고 표준계약서 정립과 광역 단위 지원센터 설치도 건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수직증축은 2차 안전진단이 의무화돼 있지만 수평증축은 관련 기준이 제도화되지 않아 지방자치단체에 따라 시행 여부가 달라진다. 유영찬 한국건설기술연구원 선임위원은 구조 변경 범위에 따른 안전 영향을 고려해 2차 안전진단 적용 요건을 구체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건설사들은 사업 수주와 자체 모델 개발에도 나섰다. 포스코이앤씨는 지금까지 46개 단지에서 14조 3000억 원 규모의 리모델링 사업을 수주했으며, 24일에는 5264억 원 규모의 서울 동작구 이수신동아4차 리모델링 공사를 따냈다. 삼성물산은 같은 날 서울 서초구 반포푸르지오 리모델링 공사를 수주했다. 기존 골조를 유지하고 외관을 교체하는 ‘넥스트 리모델링’을 선보인 바 있다. 현대건설은 지난해 6월 출시한 ‘더 뉴 하우스’를 통해 주거개선 사업을 강화하고 있다.
리모델링은 재건축·재개발보다 일반분양 가구를 늘리는 데 제약이 있지만, 사업을 병행하려는 건설사도 있다. 양지영 신한프리미어 패스파인더 전문위원은 일반분양 물량이 제한적인 점을 지적하면서도 주택법 개정에 따른 세대 분할은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공사비 상승이 사업 추진에 걸림돌이 될 수 있어 주택 공급 측면의 추가 규제 완화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