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개발·재건축 사업에서 시공자 선정 당시 제시된 특화설계가 인허가 과정에서 축소·변경되는 사례가 이어지면서, 특화설계 이행보증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요구가 커지고 있다. 시공사들이 한강 조망, 주동 수 축소, 층수 상향, 고층 우선배정 등을 약속한 뒤 인허가 문제와 사업 지연을 이유로 설계변경을 추진해 조합원 반발이 나온다.
서울 서초구 신반포4차아파트 재건축사업에서는 삼성물산이 시공자 선정 당시 제안한 7개동 설계와 서울시 통합심의를 조건부 통과한 11개동 계획의 차이가 논란이 됐다. 삼성물산은 조합 원안인 12개동을 7개동으로 줄여 개방감과 조망을 확보하고, 조합원을 포함한 총 1,320가구가 한강을 바라볼 수 있도록 하겠다고 제안했다. 단지명 ‘래미안 헤리븐 반포’도 7개 주동에서 누리는 한강 조망을 상징한다고 설명했다. 삼성물산은 선정 직후 제안한 조건을 이행하겠다고 밝혔다.
최근 심의안은 최고 49층, 11개동, 총 1천833가구 규모다. 서울시 사전자문 과정에서 단지 북측으로 이전하는 청담고등학교의 일조권 문제가 제기돼 학교 주변 높이를 조정하고 동 수를 늘리는 방향으로 계획이 변경된 것으로 알려졌다. 십자형 공공보행통로와 학교 인접 구간의 높이 조정도 반영됐다. 조합원들은 최종 설계에서 한강 조망과 개방감이 어느 정도 유지되는지 비교 자료를 요구하고 있다. 조망 가구 수와 동간거리, 일조시간, 커뮤니티 면적, 공사비를 비교하고 가치 감소가 있다면 대체설계나 공사비 조정안을 제시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서울 용산구 한남2구역 재개발사업에서는 대우건설이 시공자 선정 당시 기존 최고 높이 90m·14층 계획을 118m·21층으로 바꾸는 ‘118 프로젝트’를 제안했다. 건폐율을 낮춰 조망과 일반분양 물량을 늘리겠다는 구상이었다. 대우건설은 인허가와 시공 조건을 검토했다고 밝혔고, 백정완 당시 대표이사는 합동설명회에서 “한 치의 거짓 없이 성실히 이행하겠다”고 말했다. 회사는 프로젝트를 추진할 수 없으면 시공자 지위 재신임 절차를 밟고 조합의 뜻에 따르겠다는 공증 확약서도 제출했다.
서울시가 남산 경관 보호를 이유로 높이 완화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면서 계획은 난관에 부딪혔다. 대우건설은 2023년 재신임을 앞두고 물가상승분 공사비 차감, 설계·용역비 부담, 시공자 지위 해제 시 소송을 제기하지 않는 내용 등을 담은 7가지 보상안을 제시했다. 118m 계획은 실현되지 않았고 사업은 높이 90m, 최고 14층을 전제로 추진됐다. 2025년 4월 두 번째 재신임 투표에서는 총 852표 가운데 439표가 시공자 유지에 찬성해 대우건설이 시공권을 유지했다. 반대는 402표, 기권은 11표였다.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공작아파트 재건축에서는 대우건설이 제안한 설계와 KB부동산신탁이 인허가청에 제출한 통합심의안이 달라 논란이 됐다. 대우건설은 2023년 12월 시공자로 선정되며 스카이 어메니티, 소유주 전 가구 4bay 이상 맞통풍 구조와 발코니 확장, 가구당 2.82대 주차공간 등을 제시했다. 소유주에게 16층 이상을 우선 배정하고 저층부에 전용면적 59㎡를 배치하는 계획도 홍보했다.
통합심의안에서 고층 우선배정 방안이 빠지고 주택형 구성이 달라졌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입찰안의 전용면적 59㎡는 63가구, 대형주택은 191가구였지만 제출 계획에서는 59㎡가 141가구로 늘고 대형주택은 124가구로 줄었다. 주민 반발 뒤 59㎡를 124가구로 다시 줄이는 방안도 제시됐다. 커뮤니티시설과 주차대수 축소 주장까지 나오자 2025년 7월 전체회의에서 참석자 246명 가운데 246명이 운영위원 전원 해임에 찬성했으며, 시공자는 유지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