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서울 서초구 반포동 반포리체 전용면적 59㎡ 한 가구가 31억5000만원에 거래됐다. 매도인을 근저당권자로 한 채권최고액 7억2000만원의 근저당권도 설정됐다. 금융기관 대출이 어려워진 가운데 매도인이 매수자에게 매매대금 일부를 빌려주는 ‘셀러파이낸싱’이 강남권 고가 아파트 거래에서 나타나고 있다.
26일 서울 강남·서초·송파구에서는 매도인이 근저당권 설정을 조건으로 수억원을 빌려주는 사례가 확인됐다. 수도권·규제지역의 주택담보대출 한도를 강화한 지난해 10·15 부동산 대책과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 종료, 고가주택 보유세 부담 등이 거래 배경으로 거론됐다.
반포동의 한 공인중개사무소 대표는 50억원대 아파트 매매에서 매도자가 매수자에게 약 4억원을 빌려줬으며, 금리는 연 5%, 만기는 6개월로 정했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매도인 금융에 대한 문의가 늘었고, 매수자들이 집을 보기 전에 근저당 설정 가능 여부를 확인하는 경우도 있다고 전했다.
이재명 대통령 부부도 지난 7월 경기 성남시 분당구 아파트를 29억원에 매도하면서 매수인의 잔금 지급을 유예하고 채권최고액 17억7000만원의 근저당권을 설정했다. 반포동의 다른 공인중개사무소 대표는 문의자들이 주로 고소득 전문직이나 직장인이라며, 매도인이 직업과 소득을 확인해 상환 능력을 판단하는 사례가 있다고 말했다. 매수자의 최근 2년 치 근로소득 명세서를 제출받은 경우도 있다고 덧붙였다.
매도인 금융은 개인 간 대출인 만큼 약정한 기한에 원리금을 갚지 못하면 담보권 실행이나 분쟁으로 이어질 수 있다. 과거 잔금 지급을 유예한 뒤 매도인이 소유권 이전을 거부해 매수자가 기존 계약금액보다 5000만원을 더 지급하며 분쟁을 해결한 사례도 소개됐다.
권대중 한성대 부동산학과 석좌교수는 금융권 대출이 제한된 상황에서도 주택을 서둘러 사려는 심리가 매도인 금융의 배경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매도인과 매수자의 개별 협의로 조건이 정해져 자산과 소득이 풍부한 사람이 유리할 수 있다며, 주택 공급 확대와 집값 안정 신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