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의 재개발·재건축 정비구역 지정 권한을 자치구에 넘기는 건의안을 두고 구청장들 사이에 이견이 나왔다. 지난 14일 건의안 의결에 앞서 열린 비공개 회의에서 일부 구청장은 주민과 전문가 의견을 충분히 수렴한 뒤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공청회 등 사전 의견 수렴이 우선이라는 입장과 건의안 처리가 먼저라는 입장이 맞섰다. 국민의힘 소속 구청장 6명은 의결에 앞서 회의장을 떠났고, 남은 구청장들은 보완책 마련을 조건으로 건의안을 수정 가결했다. 보완책에는 난개발 방지와 자치구 간 균형개발, 서울 전체 도시계획의 일관성 확보가 담겼다.
반대 측은 서울이 하나의 유기적인 도시인 만큼 정비구역 지정 권한을 자치구에 넘기면 도시계획의 정합성과 균형이 훼손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권한 이양에 찬성하는 구청장들은 정비사업 인허가 기간을 줄이려면 실질적인 권한 조정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현재 정비구역 지정과 주요 정비계획 변경은 서울시가 결정하고, 조합설립인가와 사업시행인가 등 후속 절차는 자치구가 담당한다. 계획 변경 때마다 서울시 심의를 다시 받아야 하며, 계획안 수정 뒤 주민공청회나 총회를 다시 거치면 6개월에서 1~2년까지 걸릴 수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서울시는 권한 이양이 사업 속도를 높이기보다 난개발과 행정 혼선을 초래할 수 있다며 반대하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8월 서울시의회에서 자치구의 인력 부족과 행정 역량 차이를 우려했다. 서울시는 정비구역 지정 심의 기간이 전체 사업 기간의 2.7%에 불과해 권한을 넘겨도 사업 기간 단축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권한 이양 논의를 처음 제기한 곳은 동작구다. 류삼영 동작구청장은 지난 8월 소규모 재개발·재건축사업의 신속한 추진과 지역 맞춤형 개발을 위해 정비구역 지정 권한을 자치구에 이양해 달라고 서울시에 공식 건의했다.
현행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제8조는 정비구역 지정권자를 특별시장·광역시장 등으로 규정해 법 개정이 필요하다. 자치구가 처리할 수 있는 정비계획의 경미한 변경 범위는 면적·건폐율·용적률 등의 10% 이내로 제한돼 있다. 류 구청장은 500가구 미만 소규모 정비사업의 지정 권한을 자치구에 위임하고, 자치구가 자체 처리할 수 있는 경미한 변경 범위를 20% 미만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