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서울시가 재개발·재건축 정비사업의 조기 착공을 유도하기 위해 한시적 혜택을 마련한 가운데, 행정기관의 인허가 지연을 막을 장치도 필요하다는 요구가 나왔다. 조합이 절차를 제때 밟더라도 인허가가 늦어지면 착공 시한을 넘겨 혜택을 받지 못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정부는 지난 8월 13일 발표한 주택 신속공급 방안에서 정비사업의 조기 착공을 위한 인센티브를 제시했다. 관리처분계획인가를 받고 2028년까지 착공하는 사업은 용적률 완화에 따른 공공기여 임대주택 인수가격을 기본형건축비의 80%에서 100%로 높인다.
재개발사업 시행자가 현금청산자로부터 취득한 부동산은 취득일부터 2년 안에 착공하면 세제 혜택을 받을 수 있다. 2027년까지 취득분은 취득세 면제, 2028년 취득분은 75% 감면하는 방안이다. 서울·경기지역에서 일정 요건을 갖춘 일반 주택사업은 2027년 안에 착공하면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금리의 1%포인트, 2028년 착공하면 0.5%포인트를 지원한다.
다만 인허가 신청과 보완을 마친 뒤에도 행정기관의 심사나 관계기관 협의가 늦어지면 착공 시한을 넘길 수 있다. 관리처분인가 이후에도 이주·철거와 각종 심의, 착공신고가 필요하며, 현재 대책에는 행정기관 책임으로 지연된 기간만큼 혜택 적용 시한을 연장하는 규정이 없다.
현행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은 사업시행계획인가를 특별한 사유가 없으면 신청일부터 60일 이내에 처리하도록 하고 있다. 관리처분계획인가는 원칙적으로 신청일부터 30일 이내에 결정해야 하며, 전문기관에 타당성 검증을 요청하면 60일 이내에 처리하도록 규정한다. 그러나 기한을 넘겨도 인가권자에 대한 직접 제재나 자동 인가 규정은 없다.
황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서울시 자료를 분석한 결과, 최근 5년간 도시정비법을 적용받은 100개 사업장의 관리처분계획인가에는 최장 507일이 걸렸다. 소규모주택정비법 적용 사업장 127곳의 사업시행계획인가도 최장 284일이 소요됐다.
관리처분계획 타당성 검증에서는 서류 보완과 의뢰기관 협의 기간이 검증 처리기간에서 제외된다. 한국부동산원은 올해 법정 처리기한인 60일을 넘긴 검증 사례는 없으며, 보완·협의기간을 포함한 최근 4년간 실제 평균 검증기간은 약 3개월이라고 설명했다. 보완 요청이 여러 차례 반복되면 조합의 자료 작성과 내부 검토도 이어질 수 있다.
서울시는 지난 4월 공개한 ‘신속통합기획 2.0 정비사업 인허가 단축 공정관리 매뉴얼’에서 반복되는 보완요구와 복잡한 행정절차로 사업이 수년씩 지연되는 경우가 있다고 밝혔다. 매뉴얼에는 사전이행과 병행처리 등 24개 기간 단축 방안이 담겼다.
반면 조합에는 후속 절차의 기한이 정해져 있다. 사업시행자는 사업시행계획인가 고시일부터 90일 이내에 조합원에게 분양 관련 내용을 통지하고 분양공고를 해야 한다.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경우에도 한 차례, 30일 범위에서만 연장할 수 있으며, 관리처분인가 이후 현금청산 대상자와의 손실보상 협의도 90일 안에 시작해야 한다.
황희 의원은 지난 9월 8일 지방자치단체가 관리처분계획인가 신청을 받고 법정 처리기한 안에 결정하지 않으면 기한이 끝난 다음 날 인가한 것으로 보는 도시정비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별도로 발의된 소규모주택정비법 개정안에는 사업시행계획인가 간주제와 공사비 검증 근거 등이 담겼으며, 두 개정안은 현재 국토위에 계류돼 있다. 황 의원은 인가 간주제로 정비사업의 속도를 높이겠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