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아파트 시장에서 지역별 가격 흐름이 뚜렷하게 엇갈리고 있다. 8·3 세제개편안 발표 이후 강남권의 30억 원 이상 고가 재건축 단지에서는 직전 거래보다 수억 원 낮은 가격에 팔리는 사례가 이어졌다. 반면 마포·용산·성동 등 한강변과 서울 외곽의 중저가 아파트는 거래가 위축된 가운데서도 신고가를 기록했다. 세제와 대출 규제 부담이 고가 재건축에 집중되면서 강남권과 비강남권의 가격 차이도 빠르게 줄어드는 양상이다.
27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시스템에 따르면 이달 강남구 은마아파트와 개포주공, 압구정 현대, 서초구 잠원동 신반포2차 등 주요 재건축 단지에서 직전 실거래가를 크게 밑도는 거래가 잇따랐다.
대치동 은마아파트 전용 76.9㎡는 이달 2일 30억 2000만 원에 거래됐다. 지난달 1일 거래된 33억 4000만 원보다 한 달 사이 3억 2000만 원 하락한 가격이다. 개포주공7단지 전용 83.7㎡는 22일 35억 원에 손바뀜해 두 달 전 실거래가보다 3억 3000만 원 내렸다. 개포주공6단지 전용 83㎡는 19일 34억 원에 팔렸다. 1월 기록한 직전 최고가 38억 9500만 원보다 5억 원 가까이 낮은 금액이다.
압구정 일대의 하락 폭은 더 컸다. 압구정3구역 현대5차 전용 82㎡ 10층은 7일 51억 원에 거래돼 2월 실거래가 61억 원보다 10억 원 떨어졌다. 압구정1구역 미성2차 전용 118.63㎡도 같은 날 52억 원에 거래됐다. 3월 거래가격인 62억 5000만 원보다 10억 원 이상 낮아졌다.
강남권과 달리 마포·용산·성동 등 강북 한강벨트의 20억 원대 대단지는 신고가를 새로 쓰거나 기존 고점을 유지했다. 마포구 신수동 마포아이파크포레 전용 59㎡는 이달 21억 4500만 원에 거래돼 최고가를 경신했다. 염리동 마포자이 전용 84㎡도 26억 원에 손바뀜하며 기존 신고가 수준을 지켰다.
성북구 길음동 롯데캐슬클라시아 전용 84㎡는 이달 19억 3000만 원에 거래돼 처음으로 19억 원을 넘어섰다. 용산구 강변삼성스위트 전용 84㎡는 19일 21억 원에 거래되며 지난해 17억 원 선에서 크게 오른 가격대를 유지했다. 성동구 옥수파크힐스 전용 59㎡는 2일 24억 원에 거래돼 지난해 10월 신고가인 24억 3000만 원에 근접했다.
서울 외곽의 10억 원 안팎 재건축·중저가 단지에서도 상승 거래가 이어졌다. 노원구 상계주공7단지 전용 49㎡는 17일 7억 8000만 원에 거래돼 4월보다 1억 3000만 원 올랐다. 도봉구 창동 동아청솔 전용 59㎡는 9억 1800만 원, 구로구 개봉동 현대아파트 전용 84㎡는 11억 9500만 원에 각각 거래되며 신고가를 다시 썼다.
지역별로 엇갈린 흐름은 한국부동산원 통계에서도 확인됐다. 8·3 세제개편안 발표 뒤 지난주까지 7주 동안 동북권 아파트 매매가격은 2.49% 오른 반면 동남권은 약 0.49% 하락했다. 두 지역의 누적 변동률 차이는 3%포인트에 육박했다.
동남권이 하락세로 돌아선 지난달 31일 이후에는 강북권과 동남권의 주간 변동률 격차가 4주 연속 0.45~0.49%포인트를 기록했다. 관련 통계를 작성한 2012년 5월 이후 처음 나타난 흐름이다. 지난주 두 권역의 매매가격 상승률 차이는 0.49%포인트까지 벌어져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시장에서는 강남권 고가 단지와 서울 외곽·비강남권의 상반된 흐름이 당분간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남혁우 우리은행 부동산연구원은 “강남권 아파트는 세제개편 불확실성과 고금리 장기화 우려 등으로 거래 둔화와 가격 약세 흐름이 당분간 지속될 개연성이 높다”며 “외곽 지역의 경우 전세매물 감소와 전세가 상승 등에 따른 임차시장 불안이 주택 실수요자들을 신고가로 집을 매수하도록 부추기고 있어 전세매물이 늘어나지 않는 이상 상승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 전체 아파트값은 상승세를 이어가 역대 최장 상승 기간과 같은 기록을 세웠다. 한국부동산원의 ‘9월 셋째 주 주간 아파트가격 동향’에서 21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전주보다 0.13% 상승했다. 85주 연속 상승으로, 종전 최장 기록인 2020년 6월 둘째 주부터 2022년 1월 셋째 주까지의 85주와 같다.
다만 상승 폭은 4주 연속 줄었다.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 상승률은 8월 넷째 주 0.29%에서 8월 마지막 주 0.22%, 9월 첫째 주 0.20%, 둘째 주 0.16%, 셋째 주 0.13%로 낮아졌다. 강남 3구의 하락 폭은 커진 반면 서대문구 등 비강남권에서는 상승세가 이어졌다.
경기 아파트값은 전주보다 0.23% 올라 직전 주 상승률 0.18%를 웃돌았다. 수원 영통구는 한 주 만에 1.09% 급등했다. 수원 권선구(0.66%), 용인 기흥구(0.48%), 화성 동탄구(0.45%) 등 이른바 반도체 벨트 지역에서도 상승세가 두드러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