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 조망을 갖춘 서울 아파트가 고가 주택 시장에서 주목받고 있다. 2026년 5월 서울 압구정동 현대2차에서는 층과 전용면적이 다른 두 거래가 이뤄져, 같은 달 매매에서도 가격 차이가 나타났다.
22일에는 15층·전용 196.84㎡가 102억원에 팔렸고, 29일에는 2층·전용 198.41㎡가 92억원에 거래됐다. 면적과 거래 시기가 비슷하지만 가격은 10억원 차이가 났다. 다만 동과 방향, 내부 수리 상태, 임차인 승계 등 조건이 달라 이 차이를 모두 한강 조망의 가치로 볼 수는 없다.
한강변 주거지의 선호는 아파트가 편리하고 고급스러운 주거 방식으로 자리 잡은 과정과 맞물려 형성됐다. 국가기록원은 1970년 건설된 이촌동 한강맨션을 중·상류층을 위한 첫 대형 아파트로 설명한다. 중앙식 난방과 온수 공급, 넓은 공간 등 당시의 주거 설비가 한강변 아파트의 가치를 뒷받침했다.
반포와 여의도, 잠실에는 학교와 시장, 조경, 주차장을 갖춘 대규모 단지가 들어섰고, 정부 주도의 강남 개발로 조성된 압구정 아파트에는 사회 지도층이 이주했다. 한강을 끼고 산다는 것은 새 도시의 편리함과 특정 계층의 생활권에 속한다는 의미를 함께 갖게 됐다.
서울기록원은 1982년 9월부터 1986년 9월까지 진행된 제2차 한강종합개발에 시민공원, 올림픽대로, 하수관로와 하수처리장, 강변 정비가 포함됐다고 기록했다. 공원과 여가 공간이 생기며 한강은 도시의 배경을 넘어 시민이 시간을 보내는 장소가 됐고, 집 안에서 강을 바라보는 일에도 새로운 의미가 더해졌다.
하지만 강이 보이는 집이 늘 더 비쌌던 것은 아니다. 2003년에는 압구정 현대6·7차가 현대1·2차보다 한강 조망이 떨어져도 가격이 더 높았다는 사례가 소개됐다. 소음이 덜하고 방이 하나 더 있다는 점이 선호 이유로 꼽혔다. 강바람과 난방이 불편하다는 인식도 있어 조망은 주거 조건 가운데 하나였다.
이후 선호는 달라졌다. 2023년에는 강변 현대1·2차가 남향과 편의시설을 앞세운 현대6·7차보다 높은 평가를 받는 양상이 나타났다. 새 고급 아파트는 조망을 설계와 브랜드에 결합했고, 한강 조망과 새 아파트, 고급 커뮤니티가 함께 거래 가격에 반영되는 구조가 형성됐다.
김수형·최창규의 2023년 논문은 아크로리버파크의 한강 조망을 3차원 시뮬레이션으로 분석했다. 비조망 주택과 비교한 가격 차이는 제한 조망 2.7%, 일부 조망 6.7%, 상당 조망 11.3%, 전면 조망 13.4%로 제시됐다. 조망 여부뿐 아니라 강이 얼마나 보이는지도 가격과 연결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최근 거래에서도 층과 조망에 따른 차이가 확인됐다. 현대2차의 두 거래 외에 용산 센트럴파크에서는 5월 공급면적 약 159~160㎡급의 5층과 39층 거래 사이에 6억4000만원 차이가 났다. 래미안 원베일리는 작년 2월 전용면적 234.98㎡의 35층 펜트하우스가 165억 원에 거래됐다. 올해 4월에는 다른 펜트하우스의 매수 호가가 250억원으로 제시됐지만 거래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에테르노 청담은 지난 3월 전용면적 231㎡, 10층 세대가 218억원에 거래됐다. 리버뷰 선호는 서울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나이트프랭크의 ‘Waterfront Homes 2025’ 보고서는 내륙 강변 주택의 프리미엄을 24%로 제시했고, 뉴욕과 런던, 도쿄에서도 리버뷰 초고가 주택이 1000만 달러가 넘는 가격에 거래되는 사례가 있다고 밝혔다.
다만 한강 조망이 고가 주택의 유일한 조건은 아니다. 나인원한남과 한남더힐은 한강 전망이 제한적이어도 100억원대 가격을 형성하고 있다. 녹지, 외부 시선으로부터의 차단, 프라이버시도 주거 가치를 이루는 요소다. 한강 조망은 입지와 주거 환경, 단지의 상품성이 결합된 조건 가운데 하나로 가격에 반영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