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길 세운4구역 주민대표회의 위원장은 18일 장기간 사업 지연에 따른 주민들의 어려움을 전하며 매장유산 보존방안 심의의 조속한 마무리를 요청했다. 2004년 주민대표회의 결성 이후 22년이 흐른 가운데, 철거 작업이 마무리된 지 3년이 지났지만 사업지는 빈 땅으로 남아 있다. 종묘 경관을 둘러싼 서울시와 국가유산청의 이견에 더해 매장유산 보존방안 심의도 보류되면서 착공 시점을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주민대표회의는 16일 국가유산위원회 매장유산분과 위원들에게 호소문을 보내 보존조치 심의를 서둘러 달라고 요청했다. 일부 소유주는 사업을 앞두고 지분 규모에 따라 2억~3억 원에서 10억 원까지 대출을 받아 이자를 부담해왔다. 김 위원장은 이자를 감당하지 못해 현금청산을 받고 떠난 소유주도 있다며, 준공을 기대했던 사업이 이제는 착공을 목표로 하게 됐다고 말했다.
사업비 부담도 이어지고 있다. 세운4구역에는 건물 철거와 현금청산 등 보상비를 포함해 약 8000억 원이 투입됐다. 이 가운데 6500억 원에 대한 금융이자가 매달 14억 원가량, 연간 168억 원 발생한다.
인근 세운2구역에서는 노후 건물의 안전 문제도 제기됐다. 이영근 세운2구역 준비위원장은 일부 기와집의 내부 목재가 썩고 흰개미가 생기는 등 주거 여건이 나빠지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1월 화재가 발생했지만 소방도로가 없어 소방차가 진입하기 어려웠다며, 공동주택 높이를 40층 이상으로 계획하지 않고 주변 경관을 고려하는 사업인 만큼 현장 상황을 반영해달라고 요청했다.
서울시는 건축물 높이를 높이고 건폐율을 낮춰 사업성을 확보하는 한편, 녹지와 공공시설을 늘리는 방식으로 정비를 추진하고 있다. 세운4구역은 약 1만 3000㎡의 개방형 녹지를 확보하도록 계획됐다. 국가유산청은 높이 변경이 종묘의 역사적 경관과 세계유산 가치에 미치는 영향을 검토하기 위해 세계유산영향평가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세운4구역 매장유산 보존방안 심의는 지난 8월 사업시행계획 변경 확정 이후 재심의가 필요하다는 이유로 보류됐고, 9월에는 유구 보존 위치와 방법에 대한 현지 조사가 필요하다는 이유로 다시 보류됐다. 주민대표회의는 높이 논쟁과 유구 보존방안 심의를 분리해달라고 요구했다. 약 3만 1000㎡ 부지의 정밀발굴조사를 마쳤고, 상업공간을 줄여 이문과 배수로 등을 보존하는 전시공간도 계획했다며 제출한 보존방안 자체를 심의해달라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