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구 은마아파트 재건축 사업부지의 소유권 분쟁에서 법원이 서울시 명의 토지를 고 정태수 전 한보그룹 회장 상속인에게 이전하라고 판결했다. 2028년 착공을 목표로 진행 중인 재건축에 토지 확보 문제가 변수로 떠올랐다.
서울중앙지방법원 제33민사부는 30일 서울시 소유로 등기된 대치동 1020의 2 일대 795㎡의 소유권을 정 전 회장 상속인들에게 넘기라고 판결했다. 토지 가치는 은마아파트 부지 시세인 3.3㎡당 약 2억원을 적용해 480억원가량으로 추정됐다.
재판부는 1978년 토지 매매계약서가 남아 있고 정 전 회장이 서울시에 대금을 납부한 점 등을 인정했다. 당시 은마아파트 시행·시공을 맡은 정 전 회장이 서울시에서 해당 부지를 매입했지만, 아파트 준공 후에도 등기상 소유자는 서울시로 남아 있었다.
이번 판결은 은마 단지 토지를 둘러싼 소송에서 상속인 측이 거둔 첫 승소다. 상속인들이 서울시와 재건축 조합 등을 상대로 진행 중인 소송은 총 8건이며, 서울시 명의의 다른 필지도 대상에 포함돼 있다. 이달 8일 대법원은 반대로 정 전 회장 상속인 명의였던 대치동 1020의 1 부지 2190.6㎡를 소송을 제기한 조합원 3명에게 이전하라고 확정 판결했다.
은마 조합은 2023년 소송을 제기하며 분쟁 대상인 7개 필지 약 4395㎡의 가치를 총 1440억원으로 평가했다. 조합은 상속인들과 별도 협상하기보다 소송으로 소유권 문제를 정리한다는 방침이다. 조합 측은 토지만 소유한 비조합원에 대해서는 매도청구 등 법적 절차로 토지를 확보할 수 있어 소송 자체가 재건축 사업을 중단시킬 이유는 없다고 밝혔다. 상속인 측은 조합이 소유권을 주장하거나 매도청구에 나서면 법적으로 대응하고, 재산권 침해가 발생하면 헌법소원도 제기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토지 소유권과 재건축 조합원 자격은 별개다.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은 토지등소유자를 정비구역 내 건축물과 그 부속토지를 소유한 사람으로 규정해, 토지만 가진 경우 일반적인 조합원 자격을 인정받기 어렵다. 같은 법 제64조는 일정한 절차와 기한을 거쳐 조합설립에 동의하지 않은 토지등소유자와 건축물 또는 토지만 소유한 사람을 대상으로 매도청구를 할 수 있도록 한다. 다만 매도청구의 적법성, 소유권과 매매가격에 관한 다툼은 별도 법적 판단이 필요하다.
은마 재건축은 1979년 준공된 28개 동, 4424가구를 최고 49층, 5850가구 규모로 바꾸는 사업이다. 2023년 조합설립인가를 받았고 올해 2월 정비사업 통합심의를 거쳐 7월 2일 사업시행계획인가를 받았다. 관리처분계획인가와 이주, 철거를 거쳐 이르면 2028년 착공한다는 목표다. 서울시가 지난 7월 발표한 사업시행계획에는 공공임대주택 909가구와 공공분양주택 195가구, 공원·공영주차장·개방형 도서관 등 공공기여시설 조성 계획이 담겼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