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서울시가 주택 공급 확대에 나선 가운데 기업형 민간임대 시장에서 해외 자본과 전문 운영사가 손잡고 임대주택을 직접 개발하는 사업이 늘고 있다. 다만 개발 이후 자산을 장기간 보유할 투자자를 찾기 어렵고, 의무임대기간이 끝난 주택이 분양시장으로 넘어가는 구조는 지속적인 공급의 과제로 꼽힌다.
코리빙 브랜드 맹그로브를 운영하는 MGRV는 올 1~8월 개발을 위해 검토한 토지 면적이 39만㎡에 달했다. 캐나다연금투자위원회(CPPIB)와 5000억 원 규모의 임대주택 개발 합작법인을 설립하고, 토지 매입과 신규 주택 건설에 참여하는 BTR(Build to Rent·건설임대)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홈즈컴퍼니는 지난 6월 서울 강서구 등촌동에서 430실 규모의 임대형 기숙사 개발에 나섰으며, 동대문구 용두동에는 356실 규모의 임대주택을 공급할 계획이다. 용두동 사업에는 미국 하인즈가 총사업비 2000억 원 가운데 절반을 투자한다. 직방 자회사 우주도 글로벌 투자사와 4500억 원 규모의 펀드를 조성해 15개 지점, 3000호실 규모의 임대 공급을 추진하고 있다.
해외 자본의 국내 임대주택 투자는 기존 건물을 통째로 매입해 임대시설로 바꾸거나 운영하는 방식이 중심이었다. 미국 사모펀드 KKR은 위브리빙과 서울 영등포구 양평동 및 동대문구 휘경동의 임대주택 자산을 확보했고, 모건스탠리는 SK디앤디 등과 강동구 길동과 금천구 독산동에서 임대주택 사업을 추진해 왔다. 최근에는 기존 자산의 매입·운영에서 토지 매입과 신규 건설까지 참여하는 방식으로 투자 영역이 넓어지고 있다. 건설임대주택에 적용되는 취득세 감면과 종합부동산세 합산배제 등도 투자 방식 변화의 배경으로 거론된다.
서울연구원 남원석 선임연구위원은 지난 7일 서울주거포럼에서 서울의 공공임대주택 공급 규모가 연간 약 2만5000호 수준이라며 공공 공급만으로 다양한 임대 수요를 충족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삼성증권은 2024년 국내 전체 임차 가구 약 840만 가구 가운데 기업형 민간임대가 약 34만 가구로, 전체 임대시장의 5% 수준이라고 집계했다. 공공지원 민간임대를 제외하고 민간 전문 개발·운영사가 맡는 규모는 전체 임대시장의 1% 미만이라는 것이 업계의 추산이다.
업계에서는 개발에 투입된 자금이 신규 공급으로 이어지는 선순환이 부족하다는 점을 확장의 걸림돌로 지적한다. 장기민간임대주택은 사업 유형에 따라 최대 20년의 임대 운영을 전제로 하지만 부동산 펀드의 투자기간은 이보다 짧은 편이다. 개발사업자가 준공 후에도 자산을 장기간 보유하면 새 사업에 투자할 자금이 묶일 수 있어, 장기 보유 투자자에게 자산을 매각하고 회수 자금을 신규 개발에 투입할 수 있는 구조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건설임대와 매입임대의 세제 차이도 과제로 꼽힌다. 개발사업자가 직접 건설한 임대주택은 일정 요건을 충족하면 취득세 감면과 종합부동산세 합산배제 혜택을 받을 수 있지만, 이를 인수하는 장기투자자에게는 매입임대 기준이 적용된다. 이 때문에 취득세와 보유세 부담이 커지고 합산배제 요건도 까다로워져 투자 유인이 낮아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세제·금융·임대 관련 규정이 자주 바뀌면 장기간 자금이 필요한 사업에서 투자자 유치와 신규 추진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개발사업자가 주택을 짓고 기관투자자가 장기간 보유하며 전문 운영사가 관리하는 산업 생태계를 만들어야 공급을 이어갈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생태계가 갖춰지면 청년과 직장인 대상 코리빙·소형 주거시설·임대형 기숙사뿐 아니라 가족형 아파트로 공급 유형을 넓히고, 임대료 안정과 임차인 보호 장치를 마련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영국에서는 BTR 개발 과정에서 일정 물량을 시세보다 저렴한 부담가능주택으로 확보하는 제도를 활용한다. MGRV 조강태 대표는 한국형 BTR 상품을 정의하고 공급을 장려하면 사회적 의무를 부과하고 공급을 다변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중산층 주거 안정을 위해 2015년 도입된 기업형 민간임대주택 뉴스테이는 전국 49곳, 3만9430가구의 의무임대기간이 2030년까지 종료될 예정이다. 뉴스테이는 소득이나 주택 규모 제한 없이 입주할 수 있고 임대료 상승률을 연 5% 이내로 제한하면서 최소 8년 거주를 보장하는 제도다. 경기 성남시 e편한세상 테라스 위례와 인천 e편한세상 도화는 의무임대기간이 종료된 뒤 분양 전환 관련 내용이 주주총회에서 의결돼 임차인 측과 협의 중이다. 두 단지는 지난해 11월 의무임대기간이 끝났지만 매각 기준을 정하지 못해 임대기간을 일년 연장했으며, 내달 임대기간이 종료될 예정이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는 무주택자를 대상으로 분양전환을 진행하고, 전환되지 않은 물량은 제3자에게 배정한다고 설명했다.
한성숙 국무총리는 지난 6일 경기 남양주시 공공지원 민간임대주택 위스테이 별내를 방문해 운영 현황을 점검했다. 491가구 규모의 이 단지는 임차인이 협동조합을 설립해 주택 설계와 운영에 참여하는 방식으로 조성됐다. 한 총리는 국민이 살 집을 선택할 권리를 보장하는 데 다양한 주거 모델과 사회적 경제주체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의무임대기간이 끝난 뉴스테이는 다른 임대사업자가 단지 전체를 인수하면 임대주택으로 계속 운영할 수 있지만, 매입 과정의 세금 부담과 대규모 자금 조달 문제로 통매각이 쉽지 않다는 것이 업계의 설명이다. 개별 가구를 일반 수요자에게 분양하면 기업형 아파트 임대주택 재고는 줄어든다. 전문가들은 연기금과 리츠 등 장기투자자가 주택을 인수해 운영을 이어갈 수 있도록 제도를 마련하고, 신규 공급뿐 아니라 기존 임대주택을 장기간 유지할 기반도 갖춰야 한다고 지적했다. 명지대 이상영 교수는 세금 문제로 통매각이 어려워지면서 개별 분양으로 전환되고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