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훈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장이 공급 확대를 근거로 향후 집값이 급락할 수 있다고 밝힌 가운데 서울 아파트 매물이 늘고 가격 상승세가 둔화했다. 서울 아파트값은 89주 연속 상승했지만 강남권 하락과 강북권 오름폭 축소가 이어졌다.
이 사장은 지난 23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종합 국정감사에서 향후 집값 하락을 확신하느냐는 질문에 “네”라고 답했다. 그는 지난 정부 3년 동안 수도권 주택 착공 물량이 기존의 절반에서 3분의 1 수준으로 줄어 현재 입주 물량 부족으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이어 “우리 정부에서 3년 동안 공급이 본격화된다”며 공급이 늘면 집값이 폭락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사장은 지난 12일 LH 국정감사에서도 공급 확대와 금리 상승 등을 근거로 집값 급락 가능성을 언급했다. 반면 홍지선 국토교통부 장관은 공급 정상화와 집값 폭락이 “직접적인 관계가 있는 것은 아니다”라며 주택가격에는 여러 요인이 작용한다고 밝혔다. 공급과 금리 상승이 시장 안정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취지의 설명도 덧붙였다.
서울 아파트 매매 매물은 지난 25일 기준 7만8323건으로 집계됐다. 지난 3월 29일 7만8739건을 기록한 이후 약 7개월 만에 가장 많은 수준이다. 8월 3일 세제개편안 발표 당시 6만409건이었던 매물은 약 3개월 사이 1만7914건 늘었고 증가율은 29.7%였다.
매물 증가는 강남권에만 그치지 않았다. 같은 기간 성북구는 1474건에서 2297건으로 55.8%, 강동구는 3193건에서 4465건으로 39.8% 늘었다. 동작구는 1666건에서 2314건으로 38.8%, 성동구는 2113건에서 2928건으로 38.5%, 마포구는 1858건에서 2553건으로 37.4% 증가했다. 매물 증가율 상위 5곳은 모두 비강남 지역이었다. 대출 규제와 이자 부담으로 매수자들이 신중해진 가운데, 가격이 단기간 오른 지역에서 매도 물량이 늘어난 것으로 분석됐다.
한국부동산원의 10월 셋째 주(19일 기준) 주간 아파트가격 동향에서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전주 대비 0.13% 상승했다. 89주 연속 상승했지만 직전 주 0.16%보다 상승률이 낮아졌다. 서초구는 -0.27%에서 -0.32%로 하락폭이 커졌고, 강남구는 -0.35%에서 -0.31%, 송파구는 -0.21%에서 -0.13%로 하락폭이 줄었다. 강남구와 서초구는 11주 연속, 송파구는 7주째 하락했다.
강북권도 상승폭이 축소됐다. 중랑구는 0.42%에서 0.31%, 성북구는 0.41%에서 0.36%, 도봉구는 0.39%에서 0.33%로 낮아졌다. 서대문구는 0.40%에서 0.36%, 노원구는 0.37%에서 0.26%로 상승률이 줄었다.
대출금리도 올랐다. 지난달 5대 시중은행의 신규 주택담보대출 평균금리는 4.936%로 전월보다 0.28%포인트 상승했다. 9월 신규취급액 기준 코픽스(COFIX)는 전월 대비 0.25%포인트 오른 3.43%였다. 다만 매물 증가만으로 집값 하락을 단정하기는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매매·전월세 매물이 부족하고 실수요가 가격을 뒷받침하는 상황이어서 시장 흐름을 지켜봐야 한다는 설명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