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화 약세를 계기로 일본 부동산에 투자하려는 국내 자금이 늘고 있다. 개인투자자까지 가세해 타워맨션 매입과 세컨드홈 마련, 소형 임대주택 투자 등 방식도 다양해졌다. 다만 도쿄 집값 상승과 대출금리 부담이 커지면서 매입가격뿐 아니라 세금과 금융·관리 비용을 뺀 실제 수익을 따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3일 일본 주택 투자를 검토하는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도쿄 주요 지역의 집값과 대출 이자가 핵심 변수로 떠올랐다. 투자처를 오사카 등 다른 대도시로 넓히거나 차입 규모를 줄이고 자산을 분산하려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한국은행이 김은혜 국민의힘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국내 거주자가 일본 부동산 취득을 위해 송금한 금액은 2023년 1300만 달러(약 172억 원)에서 지난해 7770만 달러(약 1028억 원)로 늘었다. 송금 건수도 74건에서 169건으로 증가했다. 올해 들어서는 4월까지 95건, 3600만 달러가 송금됐다. 해외 부동산 취득 목적 전체 송금액 중 일본 비중은 2023년 3.5%에서 지난해 13.2%로 높아졌고, 올해 1~4월에는 17.1%였다. 이 수치는 개인과 법인의 송금을 포함하지만 일본 현지 대출금은 빠져 있다.
김형윤 법무법인 율촌 고문은 일본이 오랜 디플레이션에서 벗어나 최근 3~4년 사이 물가와 임금이 오르면서 주택을 바라보는 인식도 달라졌다고 설명했다. 조인정 연세교토세무회계 대표는 자산 분산이나 일본에서의 직접 거주를 위해 주택을 매입하는 수요가 있다고 전했다. 개인투자자는 매각 차익을 노리거나 임대료로 대출 원리금과 유지 비용을 충당하는 방식 등을 택한다. 엔저는 원화 환산 매입 비용을 낮추는 요인이지만, 차입 규모와 비용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
일본에서는 임대주택의 예상 임대료에서 관리비 등을 뺀 현금흐름을 토대로 대출 가능 금액을 심사할 수 있다. 다만 임대료 외에도 차주의 신용도와 담보 가치, 금융기관별 기준이 반영된다. 미쓰이부동산 등 현지 관리 업체에 임차인 모집과 월세 수납, 민원 처리를 맡길 수 있지만 수수료 부담도 생긴다.
일본 부동산경제연구소에 따르면 도쿄 23구 신축 분양 맨션 평균 가격은 2023년 1억 1483만 엔에서 올해 상반기 1억 4249만 엔으로 상승했다. ㎡당 평균 분양가격도 같은 기간 172만 7000엔에서 222만 6000엔으로 올랐다. 조 대표는 도쿄 중심 3구 신축 맨션 가격이 통상 3억 엔을 넘고, 일부 타워맨션의 임대 수익률은 2% 안팎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신축보다 기존 주택을 찾거나 오사카·후쿠오카 등으로 투자처를 넓히는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
김용남 글로벌PMC 대표는 실사용과 자산 분산을 위한 타워맨션 보유와 임대수입을 얻기 위한 주택 투자를 구분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매입가격 대비 연간 임대료로 계산하는 표면수익률뿐 아니라 운영 비용을 뺀 순영업수익률(NOI)을 살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대 수익률보다 차입금리가 높으면 대출을 늘릴수록 투자 성과가 나빠질 수 있기 때문이다. 양종욱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 팀장은 현지 대출금리가 최근 3% 수준에 육박한다고 전했다.
조 대표가 담당한 투자 사례에서는 오사카 우메다 타워맨션을 1억 2000만 엔에 매입했다. 자기자본 7000만 엔에 지난 6월 연 1.95% 금리로 받은 대출 5000만 엔을 더한 거래로, 취득·등기 비용과 중개 수수료는 별도였다. 월 임대료는 27만 엔, 연간 임대 수입은 324만 엔이었다. 매입가격 대비 표면수익률은 연 2.7%였지만 관리 회사 수수료와 대출 이자, 고정 자산세, 세무 대리 비용 등을 제외한 연간 잔액은 80만 3000엔이었다. 대출 원금 상환과 추가 세금은 반영하기 전 금액이다.
같은 조건에서 금리가 연 3%로 오르면 연간 잔액은 27만 8000엔으로 줄어드는 것으로 계산됐다. 대출금리를 연 1.95%로 유지하면서 월세를 5% 인상하는 경우 잔액은 95만 6900엔으로 늘었다. 다만 월세 인상 시기와 폭은 계약 내용과 임차인과의 협의에 달려 있어 주변 임대 시세 상승이 실제 수입 증가로 곧바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김 대표는 안정적인 월세 수입이 목적이라면 고가 타워맨션뿐 아니라 직장인 수요가 있는 지역의 소형 임대주택도 살펴볼 수 있다고 말했다. 매입 전에는 기존 임대차계약서와 실제 월세 입금 기록, 세금 고지서, 관리비와 수선 적립금 내역, 장기 수선 계획 등을 확인해야 한다. 매물 광고에 나온 예상 임대료와 실제 임대료가 일치하는지, 임차인 관리 수수료와 건물 관리비·수선 적립금이 각각 반영됐는지도 점검 대상이다.
김형윤 고문은 지역과 물건에 따라 수익률이 달라질 수 있다며 비용을 뺀 임대 수입으로 원리금을 얼마나 갚을 수 있는지 살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환율 변동과 취득·보유·매각 비용, 공실이나 매각 지연도 투자 성과에 영향을 준다. 임대수입을 목표로 하는 투자와 시세 차익을 기대하는 투자를 구분하고, 보유 중 비용을 감당할 현금흐름을 점검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