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과 대도시는 주택 수요가 집중되는 반면 신규 주택을 지을 수 있는 토지가 제한적이다. 이에 따라 기존 도시공간을 활용해 주거환경을 개선하고 주택을 공급하는 재개발·재건축 등 정비사업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정비사업은 기반시설과 생활권을 활용해 도심 주택공급과 도시기능 회복을 함께 추진하는 수단이다.
정부의 정비사업 활성화 정책은 정비구역 지정 확대, 조합설립 절차 간소화, 인허가 기간 단축 등 사업 초기 단계에 집중돼 왔다. 그러나 정비구역 지정이나 조합설립만으로 주택공급이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 관리처분계획인가 이후에도 이주·철거와 착공을 위한 행정절차, 이해관계 조정, 자금조달이 남아 있다.
특히 이주비와 철거비, 공사비가 필요한 시기에 금융규제와 높은 조달금리, 공사비 상승을 둘러싼 조합과 시공사 간 갈등, 분양시장의 불확실성이 겹치면서 착공을 앞둔 사업장이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착공 지연은 금융비용과 사업비를 늘리고 조합원 분담금 부담과 사업성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 이주가 진행된 사업장에서는 임시거주 부담도 커져 지역 주택공급 차질로 이어질 수 있다.
대응 방안으로는 관리처분계획인가 이후 사업장에 대한 금융지원을 강화하는 방안이 제시됐다. 사업성이 확인된 곳에 이주비 대출 보증과 사업비 금융지원을 확대하고, 공공 보증과 민간금융을 연계해 자금조달을 안정시키는 내용이다.
공사비 갈등을 조기에 다룰 분쟁조정 체계도 필요하다는 제안이다. 공사비 증액의 적정성을 객관적으로 검증하고 전문기구의 조정 역할을 확대하는 한편, 계약 단계부터 공사비 조정 기준과 절차를 명확히 해야 한다고 밝혔다.
분양수입과 조합원 분담금의 불확실성을 줄이는 방안도 과제로 꼽혔다. 분양가격을 검토할 때 공사원가와 금융비용을 합리적으로 반영하고, 추가 분담금에 따른 조합원 부담을 낮출 금융지원과 납부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사업 관리도 정비구역 지정이나 조합설립 건수 중심에서 벗어나 관리처분계획인가 이후 착공까지의 기간과 지연 사유를 살피는 방식으로 바꿔야 한다고 제안했다. 사업장별 장애요인을 파악해 맞춤형 지원을 제공하고,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금융·행정상 병목을 해소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정비사업 정책의 성과는 사업장을 얼마나 지정했는지가 아니라 실제 착공과 입주로 얼마나 이어졌는지를 기준으로 평가해야 한다. 신규 공급계획을 늘리는 데 그치지 않고 착공을 앞두고 멈춘 사업의 진행을 뒷받침해야 주택공급의 실효성을 높일 수 있다는 주장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