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아파트 거래량이 3개월 만에 절반 이상 감소한 뒤 좀처럼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대출 규제와 금리 인상, 세제 개편, 올해 급등한 아파트값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매수자들이 관망세로 돌아선 영향으로 풀이된다. 토지거래허가구역 내 임대주택의 실거주 의무 유예 기간이 내년 말까지 연장되면서 거래가 다소 늘어날 수 있지만,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 종료 이전 수준을 회복하기는 어렵다는 관측이 나온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공공기관 거래를 제외한 8월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3466건으로, 7월 5465건보다 36.6% 감소했다. 4월과 5월에는 각각 8000건을 웃돌았던 것과 비교해 절반 이상 줄어든 수준이다. 9월 거래량은 1387건이다. 계약 후 30일 이내 신고하는 실거래가 특성상 건수가 더 늘어날 수 있지만, 회복세는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된다.
거래량의 선행지표인 서울 토지거래허가 신청도 크게 줄었다. 새올 전자민원창구 기준 4월 1만165건이던 신청 건수는 8월 3547건으로 65.1% 감소했다. 9월에도 전날 기준 3853건에 그쳐 8월과 비슷한 수준을 나타냈다. 이에 따라 거래량이 큰 폭으로 반등할 가능성은 낮다는 전망이 나온다.
서울 전 자치구에서 거래량이 감소한 가운데 지역별 차이도 나타났다. 상대적으로 가격이 낮은 외곽 지역이 거래량 상위권을 차지했다. 9월 토지거래허가 신청은 노원구가 479건으로 가장 많았으며, 강서구 251건, 은평구 244건, 도봉구 237건, 구로구 219건 순이었다. 고가 아파트가 밀집한 강남3구는 4월보다 70.1% 감소했다. 대출 규제와 세제 개편에 따른 세 부담이 거래 감소에 영향을 준 것으로 풀이된다.
보유세와 양도세 부담이 커진 강남권에서는 가격 조정도 나타나고 있다. 강남구 개포동 ‘개포 자이 프레지던스’ 전용 84㎡ 매물은 당초 40억 원에 나왔으나, 매도자가 가격을 낮춰 9월 초 34억7000만 원에 거래된 것으로 전해졌다. 단지 인근 중개업소에서는 현금 보유자가 급매물을 5억~6억 원 이상 낮은 가격에 살 수 있지만, 대출이 2억 원에 그쳐 매수자들이 결정을 망설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서울 외곽에서도 단기간 가격이 크게 오르면서 매수세가 둔화하고 있다는 반응이 나온다. 노원구 상계동 상계주공11단지 인근에서는 5억 원이던 물건의 호가가 7억 원까지 올랐고, 금리 상승과 맞물려 매수자들이 부담을 느끼고 있다는 설명이다. 가격이 5개월 만에 30% 이상 오른 상황에서 무리한 매수를 피하려는 분위기도 전해졌다.
정부가 거래 활성화를 위해 토지거래허가구역 내 임대주택의 실거주 의무 유예 기간을 내년 말까지 연장하기로 한 점도 변수다. 세입자가 거주하는 주택을 무주택자가 매수하면 세입자의 갱신계약 기간까지 실거주 의무가 유예된다. 다음 달 시행을 앞두고 있어 실거주 의무 부담으로 거래가 어려웠던 매물이 나올 가능성이 있다. 다만 노원구 중개업소에서는 세입자가 있는 매물의 전세퇴거자금대출이 1억 원에 불과해 현금이 많은 매수자를 제외하면 매입이 어렵고, 거래량에 미치는 영향도 크지 않을 것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전문가들은 서울 전역에서 당분간 거래절벽이 이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양지영 신한 프리미어 패스파인더 전문위원은 서울 외곽에서 전세 매물을 구하기 어려워 매매로 전환하는 수요가 있지만, 금리가 오르는 상황에서 대출 의존도가 높은 매수자들이 추격 매수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강남권도 세제 개편 이후 매물이 일시적으로 늘고 급매물 중심으로 거래됐지만, 해당 물량이 소진되면 거래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