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송파구에서 재건축 단지들의 이주가 이어지며 전세난이 심해지고 있다. 현재 3개 단지의 이주가 진행 중인 가운데 내달 2개 단지가 추가로 이주를 시작할 예정이어서 전세 매물이 빠르게 줄고 전셋값도 오르고 있다. 매물을 놓치지 않으려 집 내부를 확인하지 않고 계약하는 사례도 나오고 있다.
27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현재 이주 기간에 들어간 송파구 재건축 단지는 가락삼익맨숀·가락미륭·삼환가락아파트다. 내달에는 잠실우성4차와 한양3차가 이주를 시작한다. 이들 5개 단지의 가구 수는 모두 2826가구다. 936가구 규모인 가락삼익맨숀의 이주가 막바지에 이른 점을 고려해도 약 1890가구의 이주 수요가 이어지고 있다.
이주가 본격화하면서 조합원들은 전셋값 상승을 체감하고 있다. 8월 초 가락동 금호아파트로 옮긴 가락삼익맨숀 조합원은 전용면적 85㎡ 전세를 45월께 9억 원에 구했다. 같은 주택형은 1월 신규 계약 당시 5억8000만7억7000만 원에 거래됐고, 현재 호가는 9억5000만 원까지 올랐다. 해당 조합원은 전세를 알아보며 계약을 여러 차례 놓친 뒤 매물이 나오자 집 내부도 보지 않고 계약했다며, 연초보다 전셋값이 1억~2억 원가량 빠르게 올라 마음이 급했다고 말했다.
송파구 전세 매물은 줄고 전셋값은 상승하는 추세다. 부동산 빅데이터 기업 아실에 따르면 25일 기준 송파구 전세 매물은 1368건으로, 올해 2월 3904건보다 약 65% 감소했다. 한국부동산원 집계에서 21일 기준 송파구 아파트 전세가격지수는 올해 들어 누적 9.41% 상승했다. 전년 동기 누적 상승률 5.34%보다 4.07%포인트 높은 수치다.
송파구 안에서 전셋집을 구하지 못한 조합원들은 경기도로도 눈을 돌리고 있다. 지난달 말부터 이주 중인 삼환가락 조합 관계자는 가락미륭과 가락삼익맨숀의 이주가 겹쳐 인근 전세 물량이 부족하다며, 소유주들이 가까운 곳에 머물고 싶어도 외곽으로 옮길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인근 중개업소에서는 가락동과 방이동에서 재건축과 리모델링이 동시에 진행돼 전셋집을 구하기 어렵고, 위례신도시와 하남·구리, 남양주 다산신도시로 이주하는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자녀 교육 등으로 기존 생활권을 유지하려는 조합원 중에는 높은 임대료를 감수하고 보증부 월세를 선택하는 경우도 있다. 가락미륭 조합 관계자는 전세가 부족해 반전세 계약을 하는 사례가 있지만, 가격도 가파르게 올라 선택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내달 이주를 시작하는 잠실우성4차와 한양3차에서도 전세난 우려가 나오고 있다. 한양3차 조합 관계자는 주변 아파트들도 재건축을 진행하고 있어 인근으로 옮기더라도 다시 이사해야 할 수 있다며, 조합원 다수가 위례신도시나 하남 등지에서 이주 주택을 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비업계에서는 재건축 이주가 이어지면서 송파구를 넘어 경기권 임대차 시장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정비업계 관계자는 강남권에서도 경기도까지 이주 주택을 구하는 상황이어서 경기권 전세 시장에도 영향이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