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재건축·재개발 사업이 속도를 내면서 대규모 이주 수요가 전·월세 시장의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신규 아파트 입주 물량이 줄어드는 가운데 정비사업 이주가 특정 지역에 몰릴 수 있어, 이주 수요 분산과 대체 주택 확보가 과제로 꼽힌다.
서울 아파트 입주 예정 물량은 올해 2만6035가구에서 2027년 2만2657가구, 2028년 1만5388가구로 감소할 전망이다. 서울시가 국회에 제출한 자료상 2026~2030년 서울 207개 정비사업장의 이주 예상 물량은 총 17만9310가구다. 연도별로는 올해 2만4844가구, 2027년 1만3446가구, 2028년 4만5256가구, 2029년 3만9102가구, 2030년 5만6662가구로, 2028년 이후 이주 수요가 집중되는 구조다.
이주 가구가 기존 생활권에 머물려는 경향이 있어 수요가 서울 전역에 고르게 퍼지지 않을 수 있다. 주변에서 전셋집을 구하지 못하면 인접 지역으로 이동하거나 월세를 선택할 수 있고, 대규모 사업장의 이주 일정이 겹치면 특정 지역의 임차 수요가 단기간에 몰릴 가능성도 있다.
여의도에서는 대교·한양·공작·시범·목화 등 5개 단지가 사업을 추진 중이며, 기존 주택은 총 3433가구다. 목동에서는 사업 속도가 빠른 6·9·13단지의 기존 주택이 5672가구이고, 시공사 선정 절차를 밟는 8·10·12단지까지 포함한 6개 단지의 잠재 이주 물량은 1만1044가구다. 양천구와 영등포구, 구로구 일대의 전세 매물이 줄어드는 가운데 이주가 본격화하면 강서·구로구와 경기 부천 등 인접 지역에도 수급 부담이 커질 수 있다.
강남권에서는 은마아파트와 개포주공 6·7단지 등이 이주를 준비하고 있다. 서울시에 따르면 2026~2028년 강남구 이주 예정 물량은 1만163가구인 반면 같은 기간 신규 아파트 입주 물량은 857가구다. 다만 이주 가구가 모두 인근 아파트 전세로 이동하는 것은 아니며, 기존 주택이나 비아파트 임대시장, 서울 외곽과 경기 지역으로 수요가 나뉠 수 있다. 이주 시기와 주택 유형, 대체 주택의 위치를 함께 살펴야 하는 이유다.
김정섭 울산과학기술원(UNIST) 교수의 선행연구 분석에서는 정비사업 이주에 따른 임대료 상승이 주로 사업장 인근에서 단기적으로 나타났다. 2002년 송파구 잠실주공4단지와 2015년 강동구 고덕주공2단지 사례에서는 이주 시작 전후 전셋값 상승이 2~3개월가량 나타난 뒤 안정됐고, 가격 변동은 대체로 사업장 반경 1㎞ 안에 집중됐다. 반면 사업 지연은 금융비용과 조합원 분담금을 늘리고 새 아파트 공급 시점을 늦출 수 있다. 서울시는 2031년까지 정비사업을 통해 31만가구 착공을 추진하고 있다.
서울시는 사업장별 이주 계획과 전·월세 가격, 자치구별 거래 동향을 모니터링하고 있다. 이주 수요가 특정 시기에 집중될 경우 대단지의 관리처분계획 인가 시기를 최대 1년 범위에서 조정할 수 있지만, 주변 임대차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큰 사업장을 선별해 적용하는 방안이 제시됐다. 공공임대·매입임대주택의 공급 시기를 정비사업 일정과 연계하고 민간 임대주택과 인접 지역의 가용 주택도 활용하는 방안, 수도권 단위의 수급 대응과 이주민 상담·금융 지원도 과제로 꼽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