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아파트가 1300만 호를 넘어선 가운데, 초고층 아파트가 노후화하면 유지·보수와 재건축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서동기 부동산학 박사는 관리비와 수리비를 감당하기 어려워지는 상황이 이어지면 주거 환경이 악화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올해 1월 1일 기준 공동주택 공시가격 조사·산정 대상 아파트는 1301만 호로, 지난해보다 26만 호 늘었다. 2010년 809만 호와 비교하면 약 61% 증가했다. 서울 아파트 가운데 준공 30년을 넘긴 가구는 48만8457가구로, 전체 171만1444가구의 28.54%였다. 전국 평균은 24.85%였으며, 노원구와 도봉구의 노후 아파트 비중은 각각 62.37%, 59.56%로 집계됐다.
서울의 신규 입주 물량은 올해 2만5281가구로 지난해 3만7103가구보다 감소할 것으로 예상됐다. 입주 예정 물량은 2027년 1만8682가구, 2028년 1만3683가구로 줄어들 것으로 추산됐다. 올해 용산구와 종로구, 관악구에는 입주 예정 물량이 없는 것으로 집계됐다. 아파트는 인허가부터 준공까지 시간이 걸려 공급을 단기간에 회복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왔다.
서 박사는 초고층 아파트를 많이 지으면 미래 세대에 부담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건축법상 초고층 건축물은 50층 이상 또는 높이 200m 이상인 건물이다. 일반 아파트보다 설비가 복잡하고 피난안전구역을 확보해야 해 건축비 부담이 크며, 노후화 뒤 엘리베이터와 배관 등 설비를 교체할 때에도 수선 작업이 복잡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주민들의 경제적 여건이 서로 다른 점도 관리 문제로 꼽혔다. 서 박사는 관리비와 수리비가 치솟으면 일부 주민이 비용을 감당하기 어려워지고, 건물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경제적 여력이 있는 주민이 떠나고 상대적으로 소득이 낮은 계층이 유입되는 현상이 반복되면 주거 환경이 악화해 슬럼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재건축 과정에서도 부담이 발생할 수 있다. 용적률이 높은 단지는 재건축으로 추가 확보할 수 있는 주택이 제한돼 일반분양 수익으로 사업비를 충당하기 어려울 수 있으며, 이 경우 기존 소유자의 분담금이 늘어날 수 있다. 대치동 은마아파트는 같은 평형으로 재건축할 때 조합원 분담금이 4억원을 넘어서는 것으로 알려지며 비용 문제가 주목받았다.
서 박사는 국내 아파트에 널리 쓰이는 벽식 구조는 배관 등이 벽체 안에 설치되는 경우가 많아 노후화 뒤 설비 보수와 교체가 까다로울 수 있다고 설명했다. 기둥식 구조는 상대적으로 유지·보수에 유리하지만 초기 건축비가 높다는 점도 언급했다. 그는 장기 관리 비용을 고려하지 않고 초고층 아파트를 공급하면 미래 세대가 유지하거나 철거하기 어려운 건물을 떠안을 수 있으며, 관리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국가 세금으로 철거해야 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