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초구 래미안 트리니원 재건축사업의 기부채납 시설인 반포천 횡단 보도교가 착공을 앞두고 주민 반발에 부딪혔다. 방배동과 지하철 9호선 구반포역을 잇는 시설이지만, 높이 3.6m의 육교 형태로 설계돼 노약자와 장애인 등의 보행에 불편을 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방배본동 주민과 반포천 보행교 설계개선 추진위원회는 지난 21일 서울시에 ‘반포천 횡단 보도교 설계변경 및 보행권 확보 촉구에 관한 청원’을 제출했다. 청원에는 방배동 일대 아파트 주민 2000여 명이 서명했다.
추진위는 확정된 육교형 설계를 수평교나 완만한 아치형 보행교로 바꿔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현 설계대로면 어르신과 유모차·휠체어 이용자 등 보행약자의 이동이 어려울 수 있다는 이유다. 새 다리가 인근 반포2교와 반포천1·2교보다 3~4m가량 높게 설계된 점도 문제로 들었다. 설계 과정에서 실제 이용자인 주민을 대상으로 공청회나 설명회가 열리지 않았다는 점도 지적했다.
래미안 트리니원은 반포주공1단지 3주구를 재건축한 단지로, 지하 3층~지상 35층, 17개 동, 2091가구 규모다. 지난 8월 입주를 시작했다.
보도교는 반포본동과 방배본동을 연결한다. 완공되면 방배신삼호·동부센트레빌·방배멤피스현대아파트 등 방배동 일대에서 지하철 9호선 구반포역으로 이동하기가 편리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주민들은 가까운 지하철역이 없어 대중교통 이용에 불편을 겪는다며 지하철역 신설 등을 꾸준히 요구해왔다. 당초 올 초 준공을 목표로 했던 보도교는 일정이 미뤄져 아직 착공하지 않았다.
쟁점은 하천의 치수 안전을 위해 다리 높이를 어느 정도로 해야 하는지다. 추진위는 서울시가 필요 이상으로 엄격한 방재 기준을 적용했다고 주장한다. 추진위 관계자는 “반포천은 폭이 51m이고 깊이가 10m인 데다 최근 반포유수지와 빗물저류조가 확충돼 수위 관리 능력이 향상됐다”며 “대형 교각 기초를 설치해 높이를 3.6m까지 올리면 오히려 유수 단면적이 줄고 부유물이 걸려 배수를 방해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추진위는 하천 안에 교각을 세우지 않는 단경간 교량 방식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이 방식이면 육교형이 아닌 평면에 가까운 보행교를 설치하면서도 필수 여유고 0.6~1m를 확보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추진위는 환경부에 반포천의 치수 안정성을 다시 검증해달라고 요구했으며, 10월 15일 예정된 착공 일정도 재검토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서울시는 현 설계가 관련 법령과 치수 안전 기준을 반영한 것으로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서초구와 반포주공1단지 3주구 등과의 인허가 협의 과정에서 설계가 결정됐다는 설명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하천법에 따른 치수 안전 기준 등을 반영해 보도교 설계가 결정됐으며 법적 기준에 맞게 설계됐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