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은 지난주 CPTPP의 연내 가입 신청을 보류하도록 지시했다. 농산물 시장 개방에 대한 농민들의 반발을 고려한 결정이다. 가입 추진을 둘러싸고 통상 확대와 농업 피해 우려가 함께 제기되고 있다.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은 지난 8월 관훈토론회에서 “한국 같은 통상 국가가 CPTPP에 가입을 안 하는 게 오히려 이상하다”고 말했다. 다만 농산물과 수산물 관련 애로사항이 있다며 충분한 논의와 의견 수렴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한국의 가입 추진은 과거에도 정식 신청으로 이어지지 않았다. 박근혜 정부는 2013년 CPTPP의 전신인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참여에 관심을 표명했으나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등 다른 통상협상을 우선 추진했다. 문재인 정부는 2021년 가입 추진을 공식화했지만 정식 가입 신청에는 이르지 못했다.
CPTPP의 출발점은 2005년 6월 뉴질랜드, 싱가포르, 칠레, 브루나이 4개국이 맺은 P4 협정이다. 2008년 미국이 참여를 선언한 뒤 TPP 협상이 본격화됐고, 미국과 일본을 중심으로 12개국이 협상에 참여했다. 그러나 2017년 1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TPP 탈퇴를 선언했다.
일본 주도로 미국을 제외한 11개국은 협정을 재정비해 2018년 3월 정식 서명했고, 같은 해 12월 CPTPP가 발효됐다. 원년 회원국은 일본, 캐나다, 호주, 멕시코, 싱가포르, 베트남, 뉴질랜드, 칠레, 페루, 말레이시아, 브루나이다. 영국은 2024년 비아태 지역 국가 가운데 처음으로 12번째 정식 회원국이 됐다.
현재 12개 회원국은 전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약 14%를 차지한다. 한국과의 교역량 비중은 전체 상품교역의 약 25%다. 코스타리카는 올해 5월 가입 협상의 실질적 타결을 발표했고, 우루과이는 가입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인도네시아와 필리핀, 아랍에미리트(UAE)도 가입을 추진 중이다.
CPTPP는 상품 관세 인하 외에 통상 규범의 표준화도 지향한다. 공산품과 농축수산물을 포함해 품목 기준 95∼100%에 이르는 관세 철폐를 요구하며, 회원국 간 공통 원산지 누적 제도를 둔다. 역내에서 조달한 중간재나 원자재는 최종 생산국에서 가공 과정을 거치면 역내산으로 인정될 수 있다.
농업계에서는 고추, 마늘, 양파 등 민감 품목의 개방 가능성과 농축수산물 피해를 우려하고 있다. 장기적으로 식량 자급률이 낮아지면 글로벌 식량 위기 때 외부 충격에 취약해질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멕시코 정부는 올해 1월부터 FTA 미체결국을 대상으로 자동차 부품 등 1천463개 품목에 관세를 최대 50%까지 인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