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전문가들은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 전역에서 전·월세 가격이 빠르게 오르며 집값까지 끌어올리고 있다고 진단했다. 전·월세난에 일부 수요자가 중·저가 아파트 매수에 나서면서 서울 외곽과 경기 지역의 매매가격도 큰 폭으로 상승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입주 물량 부족과 실거주 강화 정책에 따른 임대 물량 감소를 전·월세 급등의 주요 원인으로 꼽고, 민간 임대사업자 육성 등을 대책으로 제시했다.
전문가 99% “서울 전셋값 오를 것”
학계와 건설·시행사 대표 등 부동산 전문가 100명을 대상으로 ‘추석 이후 부동산 시장 전망’을 조사한 결과, 매매가격보다 전셋값이 더 가파르게 오를 것이란 전망이 우세했다. 조사는 지난 20~23일 진행됐다.
추석 이후 연말까지 서울 아파트 전셋값 상승률을 묻자 48명(48%)이 ‘34%대 상승’을 예상했다. ‘12%대 상승’은 32명(32%), ‘5% 이상 상승’은 19명(19%)이었다. 전체 응답자 가운데 99명(99%)이 상승을 전망했으며, 나머지 1명은 ‘보합(-1~1%)’을 택했다. 하락을 예상한 전문가는 없었다.
전셋값 상승이 단기간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도 많지 않았다. 상승을 예상한 전문가 99명 중 45명(45.5%)은 상승세가 ‘내년 하반기’까지 이어질 것으로 봤고, 34명(34.3%)은 ‘2028년 이후’에도 오를 것으로 내다봤다. 전문가 10명 중 8명은 적어도 내년 하반기까지 상승세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전문가들이 가장 우려한 요인은 전·월세 물건이 시장에 나오지 않는 현상이었다. 전셋값 상승 이유를 복수로 고르는 질문에 응답자 99명 중 81명(81.2%)이 ‘실거주 강화 정책에 따른 임대물건 감소’를 꼽았다. ‘입주 물량 감소’는 65.7%, ‘매매가 급등으로 인한 전세 전환 수요 증가’는 27.6%였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주택 가격 상승은 전셋값 상승으로 직결된다”며 “최근 전세 매물이 감소하고 있는 현상도 임대료 상승의 가중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셋값 상승이 매매가격에도 압력
전셋값 상승이 매매시장의 가격 상승 압력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전문가 100명 중 86명(86%)은 연말까지 수도권 아파트값이 최소 1% 오를 것으로 전망했다. 집값 상승을 예상한 응답자 가운데 53명(61.6%)은 ‘전·월세 가격 상승’을 이유로 들었다. 이는 ‘신규 주택 공급 부족’(76명·88.4%)에 이어 두 번째로 많았다.
고준석 연세대 상남경영원 교수는 “주택 공급이 부족한 가운데 실거주 의무, 비거주 1주택자 세 부담 증가 등으로 전세 매물이 감소하면서 전셋값 상승이 매매가격 상승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남혁우 우리은행 부동산연구원은 “서울 임대차 시장의 가격 불안이 지속되면서 기존 임차인이 서울 중·저가 지역에서 매수에 나서는 움직임이 자주 포착되고 있다”며 “앞으로 서울의 매매 가격 상승 기조가 더 확산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월세난 해소를 위해 가장 시급한 대책으로는 ‘민간임대 공급 활성화’가 68%로 가장 많이 꼽혔다. 이어 ‘토지거래허가구역 조정 및 실거주 의무 완화’가 51%였고, ‘실수요자에 대한 전세대출 지원’은 50%였다. ‘다주택자에 대한 취득세·양도소득세 완화’를 지목한 응답자는 41%였다.
정부는 지난해 ‘10·15 부동산 대책’을 통해 서울 전역과 경기 일부 지역을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하고, 해당 지역에서 주택을 매수하면 최소 2년간 실거주하도록 했다.
연말까지 부동산 시장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칠 변수로는 ‘가계대출 억제 정책’이 35%로 가장 많이 선택됐다. ‘기준금리 상승’을 꼽은 응답자는 31%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