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9월 주택 매입에 쓰인 주식·채권·암호화폐 매각대금이 9조3273억원으로 집계됐다. 전국 아파트 매수자 네 명 중 한 명꼴로 금융자산을 팔아 주택 구입 자금에 보탠 것으로 나타났다.
김종양 국민의힘 의원이 국토교통부에서 받은 자금조달계획서에 따르면, 금융자산 매각대금은 전체 주택 구입자금 약 150조원의 6.2%를 차지했다. 지난해 연간 비중인 3.1%의 두 배 수준이다. 서울 주택 구입자금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3.7%에서 올해 9월까지 7.9%로 상승했고, 지방 비규제지역은 2.7%에서 4.3%로 높아졌다. 자금조달계획서 제출 대상이 아닌 거래까지 포함하면 규모가 더 클 수 있다.
주식 등 매각대금은 증시가 강세를 보인 4~6월 정점을 찍었다. 5월 주택 구입 자금조달계획서 제출 거래 가운데 28.9%에서 주식·채권·암호화폐 매각대금이 활용됐고, 금액은 1조9947억원으로 전체 매수 자금의 8.2%였다. 코스피지수가 역대 최고종가인 9114.55를 기록한 6월에는 매각대금 1조3344억원이 주택 구입에 쓰였다.
주택 가격대별로는 고가 주택에서 금융자산 매각대금 비중이 높아졌다. 30억원 이상 주택의 매수 자금 가운데 해당 자금 비중은 올해 1월 16.0%에서 9월 18.9%로 상승했다. 지난해 연간 비중은 7.25%였다. 반면 3억원 미만 주택은 같은 기간 2.3%에서 2.1%로 낮아졌다. 대출 규제에 따라 주택 가격대별 대출 한도가 달라지는 점도 자금 조달 방식의 차이에 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됐다. 지난해 ‘10·15 대책’에 따라 15억원 이하 주택은 최대 6억원, 15억원 초과~25억원 이하는 4억원, 25억원 초과는 2억원까지 대출받을 수 있다.
서울에서는 서초구의 금융자산 매각대금 비중이 지난해 연간 5.3%에서 올해 19월 15.7%로 상승했다. 강남구는 5.5%에서 15.0%로, 용산구는 7.0%에서 15.0%로, 송파구는 4.1%에서 10.6%로 높아졌다. 강남 3구와 용산구에서는 대출금과 임대보증금 비중이 줄고 증여·상속 자금 비중은 지난해 4.7%에서 올해 19월 6.9%로 늘었다. 전국 주택 구입자금 중 임대보증금 비중은 2024년 16.8%, 지난해 14.7%에서 올해 6.7%로 낮아졌다.
서울 외곽 중저가 지역에서는 주식 매각 자금과 대출금 비중이 함께 확대됐다. 생애 최초 주택 구입자는 주택담보인정비율(LTV)을 최대 70%까지 적용받을 수 있다. 전국 기준 대출금 비중은 올해 26.4%로 지난해 25.7%와 비슷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올해 들어 지난 19일까지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8.7% 올랐고, 경기와 인천은 각각 6.2%, 4.5% 상승했다.
김종양 의원은 주식으로 번 돈이 주택 구입에 쓰이는 현실을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조주현 건국대 부동산학과 명예교수는 주거 불안이 부동산시장으로 자금이 유입되는 배경이라며 건설 투자가 고용과 전후방 산업에 미치는 영향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강형구 한양대 파이낸스경영학과 교수는 부동산 임대 수익과 양도차익을 혁신기업과 성장 펀드에 장기 투자하도록 유도하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