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주택도시개발공사(SH)는 미리내집의 보증금 부담으로 입주자로 선정된 뒤에도 계약을 포기하는 사례가 있다고 14일 밝혔다. 올해 3월 당첨자를 발표한 제6차 모집은 계약 대상 364건 가운데 89건이 미계약돼 미계약률 24.5%를 기록했다.
제6차 미리내집은 지난해 12월 400가구를 모집했으며, 2만7874건이 접수돼 평균 69.7대1의 경쟁률을 보였다. 미리내집은 적격자가 없거나 당첨자가 계약을 포기하면 예비자에게 계약 기회를 주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보증금이 높은 주택일수록 미계약률이 높았다. 보증금 8억 초과 주택은 59건 가운데 21건이 계약되지 않아 미계약률 35.6%로 집계됐다. 송파구 잠실르엘 59㎡는 보증금 8억4240만원으로 36건 중 12건이 미계약됐고, 서초구 메이플자이 49㎡는 보증금 8억1900만원으로 18건 중 6건이 계약되지 않았다. 다른 가격대의 미계약률은 4억 초과6억 이하 24.6%, 4억 이하 21.4%, 6억 초과8억 이하 20%였다.
미리내집은 시세의 80% 이내 보증금으로 서울 주요 지역 아파트에 장기간 거주할 수 있도록 마련됐다. 전셋값이 오르면서 강남권에서는 보증금이 10억원을 넘는 단지도 나왔다. 자산 기준은 6억6200만원으로, 보증금이 이 기준을 넘으면 대출로 자금을 마련해야 한다.
청담르엘 미리내집의 전용 59㎡ 보증금은 11억7000만원이다. 계약 때 1억1700만원을 내고 입주 때 잔금 10억5300만원을 납부해야 한다. 서울시가 도입한 보증금 분할납부제를 이용하면 당장 필요한 보증금은 8억1900만원으로 줄지만, 유예보증금에 대한 이율 2.73%에 따라 월평균 80만원의 이자를 부담해야 한다. 관리비 등을 포함하면 월 주거비가 100만원에 가까워질 수 있다.
입주 신청자들은 대출이자와 관리비, 보증금 인상 부담을 함께 고려하면 월 1000만원을 버는 가구도 부담이 크다고 호소했다. 지난달 청약을 진행한 제8차 미리내집에서는 래미안대치팰리스와 래미안원펜타스 등 7개 단지 약 90세대의 보증금이 10억원을 넘었다. 서울 강남 아파트 전세평균가격은 11개구 기준 8억3270만원으로 제시됐다.
고액 보증금 주택에는 정책대출을 이용하기 어렵다. 신혼 가구 버팀목전세자금대출은 수도권 임차보증금 4억원 이하를 기준으로 한다. 제8차 모집공고에 포함된 대치래미안팰리스 전용 59㎡는 보증금 11억7000만원으로, 5호 모집에 2인이 신청해 서류심사대상자 발표 전부터 미달됐다.
서울시는 장기전세주택 보증금을 입주자의 소득 수준과 연계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집값과 전월세 가격 상승으로 보증금 부담 우려가 커진 만큼 현장 의견을 살피고 보완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