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스페인과 포르투갈에서 주거비 상승에 항의하는 청년들의 텐트 농성이 이어지는 가운데, 서울 대학가 원룸의 월세와 관리비도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유럽의 임대료 부담과 국내 대학가 주거비 문제가 함께 부각됐다.
스페인 세비야에서는 지난달 말부터 주거권 보장을 요구하는 텐트 농성이 이어졌다. 지난 12일 기준 메트로폴 파라솔 일대에 설치된 텐트는 약 200개였다. 시위대는 임대료 규제와 강제퇴거 제한, 공공임대주택 확대, 주거용 주택의 관광숙박시설 전환 금지 등을 요구했다.
포르투갈에서는 지난 10일 포르투 돔 주앙 1세 광장에서 시작된 농성이 리스본으로 확산했다. 시위대는 임대료 상한제와 공공주택 공급 확대, 부동산 투자펀드의 주택 매입 제한을 요구했다. 지난 20일 경찰이 포르투와 리스본 농성장을 철거하는 과정에서 리스본 시위 참가자 55명이 체포됐다가 석방됐다.
스페인 청년위원회(CJE)가 지난 5월 발표한 조사에서 지난해 스페인의 평균 주택 임대료는 월 1176유로로, 청년 월평균 순급여인 1191유로의 98.7%에 달했다. 평균 임대주택을 혼자 빌리면 청년 월급 대부분을 임대료로 내야 하는 수준이다. 평균 임대료는 2023년 말 월 968유로에서 지난해 1176유로로 올랐고, 청년 월급 대비 임대료 비율도 92.1%에서 98.7%로 상승했다. 부모와 떨어져 사는 16~29세 청년 비율은 2015년 22.1%에서 지난해 14.5%로 낮아졌다.
유럽연합(EU) 통계청 유로스타트에 따르면 올해 2분기 EU 주택 매매가격은 전년 동기 대비 4.7%, 임대료는 3.0% 상승했다. 같은 기간 포르투갈 주택 매매가격은 16.5% 올라 집계 가능한 EU 26개국 중 상승률이 가장 높았고, 스페인은 12.1% 상승했다.
국내에서도 대학가 원룸 주거비가 올랐다. 부동산 정보 플랫폼 다방이 지난 7월 서울 주요 10개 대학 인근 원룸을 분석한 결과, 보증금 1000만원에 전용면적 33㎡ 이하인 원룸의 평균 월세는 62만5000원이었다. 지난해 같은 달 58만1000원보다 7.7% 오른 수준이다. 평균 관리비도 7만5000원에서 8만4000원으로 상승했다.
월세와 관리비를 합친 월평균 주거비는 70만9000원으로 전년 동월 65만6000원보다 8.0% 증가했다. 12개월 기준 연간 주거비는 850만8000원으로 집계됐다. 대학별로는 이화여대 인근 원룸의 월세와 관리비 합계가 평균 87만원으로 가장 높았고, 연세대 인근은 75만8000원, 한국외대 인근은 75만5000원이었다. 서울대 인근 원룸의 평균 월세는 지난해 7월 42만3000원에서 올해 7월 53만3000원으로 올랐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해 1~8월 서울 전월세 거래에서 월세가 차지하는 비중은 69.9%였다. 지난해 같은 기간 64.1%보다 높아졌다. 전세사기 우려에 따른 비아파트 전세 기피와 임대인의 월세 선호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됐다.
국내 임대주택 시장에는 해외 투자자본도 진출하고 있다. 싱가포르투자청(GIC), 미국 사모펀드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 캐나다연금투자위원회(CPPIB), 홍콩계 위브리빙 등이 코리빙과 기업형 임대주택 시장에 참여했다. 코리빙은 독립된 주거공간에 주방과 라운지 등 공용시설을 결합한 임대주택이다.
알스퀘어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서울 코리빙 주택은 총 7377실로, 마포구 1055실, 동대문구 974실, 금천구 840실 순이었다. 서울 코리빙 투자 규모는 2024년 1970억원에서 지난해 3850억원으로 늘었다. 전용면적 ㎡당 평균 월 임대료도 2023년 1분기 4만8000원에서 올해 1분기 6만4000원으로 상승했다.
박합수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겸임교수는 비아파트와 원룸 공급 부족이 이어지면 임대인 우위 시장이 굳어질 수 있다며, 청년층 주거비 부담을 줄이려면 비교적 저렴한 비아파트 주택 공급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