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준위 방사성폐기물 처분시설의 안전성을 확보하려면 지하수 이동을 막고 굴착 과정에서 암반 손상을 줄이는 토목 기술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왔다. 하창용 한국원자력환경공단 팀장은 23일 강원도 정선 하이원컨벤션센터에서 열린 대한토목학회 ‘KSCE 2026’ 원전특별세션에서 장기 안전성 확보를 위한 과제를 설명했다.
처분시설은 지하 약 500m 깊이 암반에 터널을 만들고, 터널 바닥의 처분공에 금속 용기로 포장한 폐기물을 넣는 방식이다. 용기 주변은 완충재인 벤토나이트로 채운다. 고준위 폐기물은 열 발생량이 2kW/m³ 이상이고, 반감기 20년 이상인 알파선 방출 핵종의 방사성 농도가 4000Bq/g 이상인 폐기물을 뜻한다.
하 팀장은 폐기물에서 생긴 가스와 지하수에 녹아 이동하는 방사성 물질이 안전성 위험을 높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물이 흙이나 암반을 통과하는 정도를 나타내는 투수계수를 조절하는 일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관련 법에 따라 처분시설은 폐쇄 후 1만 년 동안 안전성을 평가해야 하며, 콘크리트와 철강의 열화도 고려해야 한다. 폐기물의 열로 암반 온도가 20도 안팎에서 100도 가까이 오르고 이 상태가 100년 이상 이어질 수 있다는 점도 변수로 제시됐다.
현대건설 신영진 책임연구원은 굴착 과정에서 주변 암반에 생기는 균열 공간인 굴착손상영역(EDZ)이 방사성 물질의 이동 통로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채석장에서 진행한 실험에서는 “발파를 해 보니 굴착 손상 영역이 2m 정도 나왔다”며 미리 균열을 낸 뒤 발파했을 때 손상이 조금 줄었다고 밝혔다. 현대건설은 처분공 전용 굴착장비로 뚫은 주변 암반도 조사하고 있다.
한국은 중간저장시설을 2050년 이전, 영구처분시설을 2060년 이전에 운영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정부는 올해 안에 전국 부적합 지역을 걸러낸 뒤 내년부터 기본조사 후보 부지 공모를 추진할 계획이다. 강원도 태백시에는 연구용 지하연구시설을 추진 중이며, 한국원자력환경공단은 2028년까지 설계를 마치고 2029~2032년 시공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현대건설은 라이다 센서와 인공지능(AI)을 활용해 터널 암반 평가를 자동화하는 시스템을 개발하고 현장 2곳에서 실증하고 있다. 신 연구원은 지하수나 풍화 정도처럼 라이다로 확인하기 어려운 정보는 AI로 판단하도록 했다며, 다음 단계로 시스템을 드론과 휴머노이드에 탑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