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교통부가 토지 용도 변경 때 개발 사업자가 내는 공공기여 부담을 낮추는 방안을 추진한다. 상업·업무용지를 공동주택 용지로 전환하기 쉽게 해 도심 주택 공급을 늘리고, 공공기여 부과의 법적 근거와 기준도 정비한다.
국토부는 8일 ‘주택공급 확대를 위한 도시계획 유연화 방안 연구’ 용역 발주에 나설 예정이라고 밝혔다. 연구는 공공기여 체계 재정립과 적정 이익환수 수준 도출, 토지 용도 전환 수단 마련을 주요 방향으로 삼는다. 수도권 도심의 제한된 부지를 주거 용지로 활용하되, 특혜 논란을 막으면서 사업 추진이 가능한 기준을 찾는다는 취지다.
공공기여는 도시계획 변경으로 용적률 등이 높아졌을 때 개발 사업자가 공공시설이나 부지, 현금으로 이익 일부를 내놓는 제도다. 현행 국토계획법은 주거지역을 상업지역으로 바꾸는 등 용도지역 간 변경에만 부과 근거를 두고 있다. 이에 따라 종상향이나 허용 용도 변경에 따른 공공기여 비율 기준이 지방자치단체마다 달라 혼란이 있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국토부는 과거 용도 변경 과정에서 공공기여 비율을 어떻게 정했는지, 지자체가 겪은 어려움은 무엇인지 수도권을 중심으로 살펴보고 개선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상업·업무용지를 주거 용지로 전환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목적이라고 밝혔다.
정부가 제도 정비에 나선 배경에는 도심의 미착공 부지를 주택 공급에 활용해야 한다는 판단이 있다. 국토부에 따르면 도심 내 미착공 부지는 서울에만 약 100만㎡, 경기 15개 규제지역에 75만㎡ 있다. 종상향이나 지구단위계획상 허용 용도 변경으로 주택 공급에 쓸 수 있지만, 상당 기간 착공되지 않은 곳들이다.
주택 공급 여건도 정책 추진 배경으로 꼽힌다. 올해 1~8월 서울 주택 준공 물량은 2만 5630가구로 전년 같은 기간 3만 1695가구보다 19% 줄었다. 같은 기간 착공은 2만 679가구로 41% 늘었지만, 7월 한 달(6386가구)이 전체의 30%를 차지했다. 홍지선 국토부 장관은 7일 국회 국정감사에서 최근 주택 착공이 줄고 입주가 늦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지자체 차원의 제도 조정도 진행됐다. 서울시는 7월 ‘상생발전형 사전협상플러스(+)’를 도입해 강북·서남권 11개 자치구에서 도시계획 변경으로 허용 용적률이 늘어날 경우 공공기여율을 기존 60%에서 30%로 낮추고 주거 비율을 높였다. 같은 달 강서구 가양동 옛 CJ공장 부지의 지식산업센터 부지를 공동주택 부지로 변경해 약 960가구를 공급하기로 했다.
성남시는 재개발 사업의 의무 임대 비율을 종전 12%에서 10%로 낮춘다고 고시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시행하는 도심 공공주택 복합사업은 용적률을 법적 상한의 1.4배인 최대 420%(기존 300%)까지 높이고, 공공기여 비율은 최대 15%로 제한했다.
국토부는 지자체·전문가 회의를 거쳐 적정 공공기여 수준을 정할 방침이다. 제도 정비 전에는 중앙·지방 협의체가 공공기여량을 검토하고 용도 전환을 심의·권고하는 한시적 수단을 마련한다. 적정 수준의 이익 환수를 전제로 주거용지 신속 전환 방안도 추진할 예정이다.
다만 전국에 일률적인 기준을 적용하는 데 대한 우려도 나왔다. 서울시 관계자는 지역별 여건이 다르다며 정부가 기준을 일괄적으로 정하는 데 신중해야 한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지자체가 지역 상황에 맞춰 공공기여율을 정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의견과, 공공기여 완화에 따른 개발이익 사유화와 난개발 가능성을 경계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