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부동산원 정비사업 공사비 검증시스템의 사각지대가 드러났다. 검증 대상 사업지가 절차를 밟지 않은 채 2년간 사업을 진행하고 조합원 입주까지 마쳤지만, 이를 확인한 기관은 없었다. 관할 구청의 권고로 뒤늦게 검증을 추진하게 됐다.
서울 관악구 봉천4-1-2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은 2024년 공사비 검증 없이 공사비를 증액한 뒤 변경계약과 지급, 조합원 분담금 징수를 마쳤다. 공사비는 2288억원에서 2808억원으로 520억원(22.7%) 늘었다.
현행법은 토지등소유자나 조합원 20% 이상이 요청하거나, 시공사 선정 시점에 따라 공사비가 10% 또는 5% 이상 오르거나, 검증 완료 후 3% 이상 증액되는 경우 한국부동산원의 공사비 검증을 받도록 규정한다. 이 사업지는 증액률 기준으로 검증 대상에 해당했다.
검증이 이뤄지지 않은 사실은 관악구가 관리처분계획 변경인가 전 확인 과정에서 파악했다. 검증을 신청하지 않은 사업지를 사전에 찾아내거나 관리할 제도적 장치는 마련돼 있지 않다. 한국부동산원은 사후 관리 내용을 담은 법안이 발의됐지만, 현재 소관 위원회 심사 단계라고 밝혔다.
입주 뒤 검증, 조정으로 이어질지 불투명
한국부동산원은 공사비 검증이 자재비와 인건비 상승 등에 따른 과도한 인상을 예방하고, 조합과 시공사 간 갈등을 조정할 근거를 마련하기 위한 제도라고 설명한다. 다만 공사비를 완납한 뒤 진행하는 검증이 실제 조정으로 이어질지는 불분명하다.
조합 관계자는 이미 공사비 지급이 끝난 상황에서 검증의 의미가 있는지 의문이라며, 올해 6월 조합 총회에서 검증 결과와 관계없이 최종 합의된 금액으로 공사비를 확정하는 안건이 의결됐다고 말했다. 공사비 증액과 검증 뒤 계약·지급이 이뤄지는 대신, 이 사업에서는 증액과 계약·지급, 분담금 징수 후 검증을 추진하게 됐다.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주택연구실장은 공사비가 크게 오르던 2021년 도입된 제도인 만큼 현재 상황에 맞게 융통성 있게 완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미 내부 조정을 마친 사업을 뒤늦게 문제 삼으면 또 다른 갈등을 불러올 수 있다는 의견도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