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행정법원은 2026.10.2. 선고한 판결에서, 상속으로 두 주택을 보유하게 된 사람이 그중 한 주택을 매도한 경우에도 매수인의 독립된 위탁자 지위를 인정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사업시행자 지정 당시와 비교해 위탁자 수가 늘지 않았다면 조합원 수 증가를 제한하는 규정을 적용할 수 없다는 취지다.
서울의 한 신탁방식 재건축사업에서는 2023년 신탁회사가 사업시행자로 지정됐다. 지정 당시 정비구역 내 두 아파트는 서로 다른 사람이 소유했고, 각각 독립된 위탁자 지위가 인정됐다. 이후 한 소유자가 사망하자 다른 아파트의 소유자가 해당 주택을 상속해 두 주택을 보유하게 됐고, 그 뒤 기존에 소유하던 아파트를 매수인에게 팔았다.
사업시행자는 매도인과 매수인에게 별개의 위탁자 지위를 인정할 수 없다고 봤다. 매도인이 두 주택을 보유한 상태에서 한 주택을 양도했으므로 도시정비법 제39조 제1항 제3호가 적용된다는 주장이었다. 신탁방식 정비사업에서 위탁자는 도시정비법상 조합원에 대응하는 지위다. 매수인은 독립된 위탁자 지위의 확인을 구하는 소송을 냈다.
해당 조항은 조합설립인가 후 한 명의 토지등소유자로부터 부동산을 양수해 여러 명이 소유하게 된 경우 대표자 한 명을 조합원으로 인정하도록 한다. 조합설립인가 전에 신탁업자가 사업시행자로 지정됐다면 사업시행자 지정 시점을 기준으로 삼는다. 사업시행자 지정 이후 부동산을 나눠 조합원 수를 늘리는 것을 막으려는 규정이다.
매수인은 사업시행자 지정 당시 두 주택에 각각 독립된 위탁자 지위가 있었고, 이후에도 위탁자 수가 증가하지 않았으므로 별도의 지위를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법원은 이 주장을 받아들여 매수인이 매도인과 별개인 독립된 위탁자 지위에 있다고 확인했다.
법원은 위탁자 지위가 의결권과 분양신청 등에 연결되는 재산권이라는 점을 고려했다. 이를 제한하는 예외규정은 사업시행자 지정 이후 위탁자 수의 증가를 막으려는 목적에 맞게 해석해야 한다고 봤다. 기준 시점에 존재하던 두 위탁자 지위가 상속과 매매를 거쳐 다시 나뉜 것만으로 새로운 위탁자 지위가 생긴 것은 아니라고 판단했다.
법원은 주택 취득과 처분의 순서만으로 매수인의 지위를 달리 볼 합리적인 이유도 없다고 밝혔다. 매도인이 기존 아파트를 먼저 팔고 다른 아파트를 상속받았다면 다주택자가 된 적이 없었을 수 있지만, 상속이 먼저 이뤄졌다는 사정만으로 매수인의 독립된 지위를 부정할 수는 없다는 취지다.
사업시행자는 매도 당시 보유 주택 수만으로 권리관계를 판단하지 말고, 기준 시점에 각 부동산의 소유자와 독립된 지위의 존재 여부, 권리변동 뒤 위탁자 수가 실제로 늘었는지를 살펴야 한다. 상속으로 취득한 경우에는 등기일뿐 아니라 사망일도 확인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