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16개 자치구가 정비사업 인허가 권한 이양 기준을 기존 ‘500세대 미만’에서 3만㎡ 이하로 바꾸는 방안을 추진한다. 새 기준이 적용되면 기존 세대수 기준에서 빠졌던 재건축 단지도 대상에 포함될 수 있어, 정비사업 조합들은 행정 혼선과 난개발을 우려하며 반발했다.
자치구 정비사업 담당 과장들은 지난 7일 동작구청에서 태스크포스 2차 회의를 열고 정비구역 지정·변경 권한 이양과 통합심의위원회 구성 등을 논의했다. 자치구들은 세대수는 사업 추진 과정에서 달라질 수 있다며, 상대적으로 객관적인 면적 기준을 국토교통부에 건의하기로 했다. 이달 초 정비구역 지정 고시가 난 영등포구 당산현대3차는 기존 기준인 500세대 미만에는 해당하지 않지만, 정비구역 면적은 1만 8570.9㎡다.
정비계획의 경미한 변경 범위도 넓히는 방안이 제시됐다. 정비구역 면적과 정비기반시설 규모, 건폐율·용적률 등의 변경 기준을 현행 10% 미만에서 20% 미만으로 완화하고, 공공시설 건축물의 용도·규모 변경도 경미한 변경 항목에 넣는 내용이다. 관계기관의 위원 추천을 의무화하는 규정을 신설해 자치구별 통합심의위원회를 구성하고, 지역별 개발 여건을 반영한 소규모 정비구역 가이드라인도 마련할 계획이다.
서울시 정비사업연합회는 13일 서울시청 앞 기자회견에서 정비구역 지정 권한의 자치구 이양 중단을 촉구했다. 김준용 이사장은 권한을 나누는 것보다 사업 지연의 병목을 해소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이양이 행정 혼선과 지연을 초래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연합회는 대규모 구역이 쪼개지면 공원·도로·주민 편의시설을 충분히 확보하기 어렵고, 건축비와 관리비 부담이 커질 수 있다고 밝혔다.
연합회는 정비사업 지연이 정비구역 지정 이후 단계에서 이어진다고 지적했다. 서울시의 신속통합기획 도입으로 구역 지정까지 걸리는 기간은 단축됐지만, 추진위원회 승인과 조합 설립, 사업시행계획인가, 관리처분계획인가 등 자치구 담당 절차에서 지연이 발생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또 권한이 25개 자치구로 분산되면 용적률·기부채납·임대주택 비율 등에 서로 다른 심의 기준과 처리 속도가 적용돼 형평성 논란이 생길 수 있다고 주장했다.
서울시도 광역 도시계획의 일관성이 훼손되고 행정 절차가 이원화될 수 있다는 이유로 권한 이양에 반대해왔다. 자치구들은 14일 열리는 제204차 서울시구청장협의회 정기회의에 안건을 상정한 뒤 국토교통부에 법령 개정을 건의할 계획이다. 류삼영 동작구청장은 권한 이양을 통해 현장에서 반복되는 절차를 줄이고 정비사업을 신속히 추진할 제도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