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주택 공급 속도를 높이기 위해 모듈러 주택 확대를 추진하고 있지만, 국내 공급 현황과 시장 규모를 파악할 공식 통계는 없는 상태다. 관련 산업 지원과 규제 완화의 근거를 담을 특별법안 3건도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정부는 이재명 대통령이 20일 인천 계양신도시 현장 간담회에서 모듈러 주택 상용화를 앞당길 방안을 검토하라고 지시한 뒤 관련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경기주택도시공사(GH)는 공급 계획을 발표했지만, 제조업체별 공급량이나 생산능력을 확인할 통계는 마련되지 않았다. 국토교통부는 법체계가 정비돼야 규제 완화와 지원책을 추진할 근거가 생긴다며 업계를 통해 공급 현황을 파악하고 있다고 밝혔다.
모듈러 주택은 벽체와 욕실 등 주요 구조물을 공장에서 70~80% 제작한 뒤 현장에서 조립하는 방식이다. 기초공사와 모듈 제작을 동시에 진행해 철근콘크리트(RC) 공법보다 공사 기간을 30%가량 줄일 수 있다. 다만 공사비가 현장 시공보다 20~30%가량 높고 발주 물량이 충분하지 않아 제조업체가 생산 규모를 키우거나 기술에 투자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철강협회는 국내 철강 모듈러 건축·주택 시장이 공공 주도의 공급 확대에 힘입어 2030년 2조 8000억 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LH는 이달 21일 2030년까지 모듈러 주택 1만 6000가구 발주를 추진한다고 밝혔다. 올해 발주 물량은 당초 목표인 2000가구보다 많은 2100가구로 늘렸고, GH는 매년 1000가구 규모의 신규 사업을 추진하는 계획을 내놨다.
국내 제작사로는 금강공업·엔알비·유창이앤씨·플랜엠 등이 있지만 생산 규모가 크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건설사도 사업성에 따라 참여를 결정하고 있다. GS건설은 지난해 경기도 시흥거모 모듈러 공공주택 사업을 수주했으며, 추가 수주는 사업성을 따져 선별하겠다는 입장이다. 현대엔지니어링은 용인 영덕 경기행복주택을 준공했지만 안전사고 여파로 주택 수주를 중단했다.
국회에는 한준호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윤재옥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해 12월 공동 발의한 ‘모듈러 건축 활성화 지원 특별법’을 비롯해 관련 법안 3건이 계류 중이다. 김종양 국민의힘 의원은 6월 ‘모듈러 활성화 및 지역 중소기업 상생 특별법’을 발의했고, 황운하 조국혁신당 의원도 이달 ‘모듈러 건축 활성화 지원 특별법’을 발의했다. 복기왕 민주당 의원은 모듈러특별법이 최우선 입법 과제 중 하나라며 조만간 여야 간사 간 협의를 시작하겠다고 밝혔다.
법안의 쟁점은 일부 법안에 담긴 일괄 입찰·통합 발주 조항이다. 모듈러 업계는 전기·통신·소방 설비도 모듈과 함께 공장에서 설치해야 생산성을 높일 수 있다고 주장한다. 반면 설비 업체들은 통합 발주가 이뤄지면 하도급 업체로 전락할 수 있다며 반대하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관련 부처 간 이견을 조정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부와 LH는 올해 12월 경기도 시흥거모와 안산신길 모듈러 공공주택 사업 착공을 추진한다. 정부는 발주 확대와 함께 민간의 설비·기술 투자를 유도해 산업 생태계를 키우겠다는 계획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