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수력원자력은 29일 체코 두코바니 신규 원전 건설사업의 주설비 공사 시공계약 협상 결렬을 공식화했다. 대우건설·두산에너빌리티 컨소시엄은 같은 날 입장문을 내고 “일방적인 협상 결렬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반발했다.
두코바니 원전 사업은 체코 두코바니 지역에 1000㎿급 한국형 원전 APR1000 2기를 공급하는 프로젝트로, 총사업비는 약 4070억 코루나(약 25조원)다. 한수원은 2024년 체코 정부가 발주한 사업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고, 지난해 6월 발주사 EDU Ⅱ와 주계약을 체결했다. 당시 한수원은 한전기술, 두산에너빌리티, 대우건설, 한전연료, 한전KPS 등과 설계·구매·건설, 시운전 및 핵연료 공급을 추진하기로 했다. 한국전력기술과의 종합설계용역, 두산에너빌리티와의 원자로 및 터빈발전기 설비 공급 계약은 이미 완료됐다.
이번에 협상이 결렬된 계약은 주설비 시공계약이다. APR1000이 상용 원전으로는 세계 최초 적용 모델인 만큼 공사비와 공사 기간, 공사 범위 산정에 불확실성이 있었으며, 공사비와 위험 분담을 둘러싼 이견이 결렬의 직접적인 계기가 됐다. 한수원은 실무협상과 이견조정위원회, 경영진 협상 등을 진행했지만 주요 계약 조건에 합의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원전 건설 규모가 1기에서 2기로 확대된 뒤 공사대금 증액 규모 등을 두고 합의점을 찾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수원은 공사 물량 증가를 가정해 계약금액을 조정하고, 계약 체결 시점이 아닌 기본설계 승인 시점에 총액을 확정하는 방안을 제시했지만 협상은 결렬됐다. 한수원은 기존 컨소시엄과 맺은 공동협력협약 종료 절차에 착수하고 신규 시공사 선정을 위한 입찰을 준비할 계획이다.
시공 컨소시엄은 검토 시간 부족을 문제로 제기했다. 한수원이 지난 10월 7일 하도급 계약조건을 바꿔 제시했고, 마감 시한인 10월 29일까지 최종 입장을 정하라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했다는 주장이다. 컨소시엄은 협상 시한을 12월 31일까지 연장해 달라고 공문으로 요청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계약 방식에 대해서도 양측 입장이 엇갈렸다. 한수원은 공사비총액계약이 글로벌 스탠다드라는 입장인 반면, 컨소시엄은 기본설계와 상세설계에 관여하지 못하는 시공사가 설계 변경으로 늘어난 공사 물량을 공사비 증액 없이 부담하는 것은 글로벌 관행에 맞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변경 조건에 기업의 생존을 위협할 수준의 리스크가 있어 세밀한 검토가 필요했다는 설명이다.
컨소시엄은 2024년 1월 한수원에 제출한 공사 단가를 수용하겠다는 뜻을 전했고, 마감일까지 자체 손실을 감내하는 수준으로 삭감한 수정안을 제출했다고 밝혔다. 2018년 팀코리아 시공협력사로 선정된 뒤 체코 현지 협력사 네트워크 구축과 지역사회 사회공헌, 현지 인허가·입찰 지원에도 힘써왔다고 설명했다. 컨소시엄은 한수원에 협상 재개를 요청했다. 이번 시공계약 결렬과 별개로 두산에너빌리티의 원자로설비·터빈발전기설비 공급계약은 유지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