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전역과 경기 주요 지역의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 만료를 앞두고 정부가 규제 연장과 해제를 두고 고심하고 있다. 규제를 풀면 억눌렸던 매수 수요가 움직일 수 있지만, 유지하면 거래 위축과 전세·월세 매물 감소가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지난해 10월 토허구역을 서울 전역과 경기 주요 지역으로 확대한 뒤 거래는 줄었지만 집값과 전셋값은 상승했다. 서울시에 따르면 8월 서울 아파트 토지거래허가 신규 신청은 3012건으로, 4월 최고치보다 66.1% 감소했다. 신청 건수는 5월 6011건, 6월 5277건, 7월 4618건에 이어 4개월 연속 줄었다.
반면 한국부동산원 기준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8월까지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9.33%, 전셋값은 8.77% 올랐다. 지난해 10월 새로 지정된 지역의 지정 전후 가격을 비교한 분석에서도 매매가격과 전셋값 상승폭이 확대됐다. 다만 이러한 변화만으로 상승 원인을 토허제 하나로 설명하기는 어렵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지역별 흐름은 달랐다. 경기 과천시 아파트 매매가격 상승률은 지정 전 48주간 16.32%에서 지정 후 4.89%로 낮아졌다. 성동구는 15.53%에서 11.21%로, 마포구는 12.03%에서 10.66%로 상승폭이 줄었다. 반면 경기 광명시는 1.71%에서 19.18%로 상승률이 높아졌고, 서울 노원·중랑·도봉구 등은 지정 전 1% 안팎에서 지정 후 10% 안팎으로 상승률이 확대됐다. 수요가 사라지기보다 가격대나 지역에 따라 이동했을 가능성이 있지만, 다른 요인과 분리한 추가 분석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대출 규제도 수요 이동의 배경으로 거론됐다. 지난해 10·15 대책에 따라 주택담보대출 한도는 주택 가격별로 15억원 이하 6억원, 15억~25억원 4억원, 25억원 초과 2억원으로 차등화됐다. 최근 서울 아파트 거래량 상위 10개 단지 가운데 7곳은 노원·도봉·강북구의 구축 단지였다. 고가주택의 자금 조달 여건이 나빠지면서 상대적으로 가격이 낮은 지역으로 수요가 향했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토허제는 임대차시장에도 영향을 미쳤다. 토허구역에서는 원칙적으로 매수자가 실거주해야 해 전세를 끼고 집을 사는 거래가 어려워진다. 갭투자를 막는 효과가 있지만, 기존 주택을 임대주택으로 공급하는 거래 경로도 좁아질 수 있다. 서울 아파트 전세 매물은 지난해 10월 15일 2만4369건에서 최근 2만500건 안팎으로 감소했다. 지난 8월 서울 아파트 전세 거래는 7263건으로 1년 전보다 32.2% 줄었고, 갱신계약 비중은 43.7%에서 58.9%로 높아졌다.
전셋값과 월세도 올랐다. 올해 9월 셋째 주까지 서울 아파트 전셋값 누적 상승률은 8%로 지난해 같은 기간 1.75%보다 높았다. KB부동산 기준 8월 서울 아파트 평균 전셋값은 7억1178만원으로 두 달 연속 7억원을 웃돌았다. 서울 아파트 전월세 계약 중 월세 비중은 지난해 10·15 대책 전 44.0%에서 이후 49.5%로 상승했다. 지난달 평균 월세는 164만1000원으로 지난해 9월보다 13.7% 올랐다.
정부는 부작용을 줄이기 위해 세입자가 있는 주택을 매수할 때 실거주 의무를 임대차계약 기간만큼 유예하고, 계약갱신도 유예 대상에 포함해 적용 기간을 2027년 말까지 연장했다. 그러나 8월 서울 아파트 토지거래허가 신청 3012건 중 실거주 의무 유예 신청은 135건이었다. 실거주를 유도하면 임대주택 공급이 줄 수 있고, 임차인이 있는 주택의 거래를 허용하면 갭투자 억제라는 제도 취지와 충돌할 수 있다는 점이 정책 과제로 남았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달 18일 기자회견에서 과거 토허구역 해제 후 특정 지역 집값이 급등한 사례를 언급하며 제도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홍지선 국토교통부 장관도 인사청문회에서 토허제의 긍정적인 역할을 언급하고 시장 상황을 살피겠다고 밝혔다. 현재 서울 25개 자치구 전역과 경기 15개 지역이 토허구역으로 지정돼 있다. 지난해 10월 지정된 서울과 경기 12개 지역의 지정 기간은 올해 12월 31일까지이며, 지난 7월 추가 지정된 구리·용인 기흥·화성 동탄은 2027년 말까지 규제가 적용된다.
서울 공동주택 입주 물량은 줄어들 전망이다. 올해 7월부터 2028년 6월까지 2년간 입주 물량은 4만9668가구로, 직전 2년간 전망치보다 44.3% 감소할 것으로 예상됐다. 전문가들은 연장과 해제 중 하나를 일률적으로 선택하기보다 지역별 시장 상황과 집값·전셋값, 임대차 매물 및 실수요자의 주거 이동을 함께 살펴 규제 대상과 범위를 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