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정형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통계 작성 이후 처음 연 5%를 넘어섰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추가로 올릴 수 있다는 전망과 높은 미국 장기금리까지 겹치며 대출자의 이자 부담이 커지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예금은행의 신규취급액 기준 주담대 금리는 연 4.88%로 전월보다 0.22%포인트 올랐다. 다섯 달 연속 상승해 2012년 4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고정형 주담대 금리는 전월 4.88%에서 5.11%로 올라, 고정형과 변동형을 나눠 집계한 2013년 1월 이후 처음 5%를 넘었다. 변동형 금리도 4.53%에서 4.76%로 상승했다.
금리 상승에는 은행의 자금조달 비용에 영향을 주는 시장금리 오름세가 작용했다. 고정형 주담대의 주요 지표인 은행채 5년물 금리는 8월 4.35%에서 9월 4.53%로 올랐다. 미국 국채 수익률이 높아지면 국내 채권의 투자 매력이 상대적으로 낮아져 국고채와 은행채 금리에도 상승 압력이 생긴다. 28일(현지시간)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는 연 5.05%로 전날보다 0.06%포인트 상승했다. 이달 2일 기록한 5.28%보다는 낮지만 5% 안팎을 유지했다. 변동형 대출의 주요 지표인 코픽스도 예·적금과 은행채 등 조달 비용을 반영해, 금리 재산정 시점에 기존 차주의 부담에 영향을 줄 수 있다.
한국은행은 지난 7월과 8월 기준금리를 각각 0.25%포인트씩 인상한 뒤 이달 22일 연 3.00%로 동결했다. 시장에서는 앞선 인상의 효과를 확인하기 위한 속도 조절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며, 최종금리는 3.50%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국제유가가 높은 수준을 이어가면 기준금리가 최종적으로 연 3.75%~4%까지 오를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됐다.
대출금리 상승은 상환 여력이 부족한 차주와 가계 소비에도 부담이 될 수 있다. 한국은행의 2026년 2분기 차주별 가계부채 통계에서 2분기 말 주담대 차주 1인당 평균 대출잔액은 1억 6193만 원이었다. 잔액 전체에 금리 0.5%포인트 상승분을 단순 적용하면 연간 이자는 약 81만 원, 월평균 6만 7000원 늘어나는 것으로 제시됐다. 실제 증가액은 고정·변동금리 여부와 금리 재산정 시점에 따라 달라진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금융안정 상황에 따르면 2분기 말 전체 가계대출 차주 중 취약차주 비중은 6.8%로 전 분기보다 0.1%포인트 높아졌고, 이들의 대출 연체율은 10.39%였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8월 말 국내은행 가계대출 연체율은 0.45%로 전월보다 0.03%포인트 상승했다. 주담대 연체율은 0.29%에서 0.31%로, 주담대 외 가계대출 연체율은 0.84%에서 0.91%로 올랐다.
고유가에 따른 생활비와 원리금 상환 부담이 함께 커지면 소비 여력이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3분기 민간소비는 전기 대비 0.2% 감소해 1분기 0.6%, 2분기 0.4% 증가에서 감소로 돌아섰다. 다만 이달 들어 은행채 5년물 금리는 23일까지 0.16%포인트 하락한 반면 CD 금리는 0.07%포인트 상승해 대출금리 흐름은 엇갈렸다. 김성준 한국은행 경제통계1국 금융통계팀장은 지표금리를 따라가면 하락할 가능성이 있지만 가산금리 조정도 있어 월말까지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