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등 주요국의 통화 긴축이 이어지는 가운데 안정되는 듯했던 원·달러 환율과 국제유가도 다시 높은 수준에서 움직이고 있다. 4분기 한국 경제에 고금리·고환율·고유가의 3고 부담이 다시 커지는 모습이다.
반도체 수출과 설비투자가 경기를 뒷받침해 급격한 경기 하강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다만 고금리와 고유가의 영향이 취약 계층의 소비에 집중되고, 환율 상승이 물가를 자극하면 내수 회복이 늦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최근 정책금리를 3.75~4.00%로 0.25%포인트 인상하며 3년여 만에 통화 긴축을 재개했다. 점도표에서는 위원 18명 중 16명이 연말 금리를 현재보다 높게 예상해 추가 인상 가능성을 열어뒀다.
한국은행도 지난 7~8월 두 달 연속 기준금리를 올려 연 3.00%로 높였다. 금리 인상의 누적 효과가 가계와 기업에 미치는 상황에서 국제유가와 환율까지 오르면 물가 안정과 경기 사이에서 한은의 판단은 더 복잡해질 수 있다.
하건형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10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연속 인상의 효과를 확인하면서 기준금리를 동결할 가능성에 무게를 뒀다. 주요국 통화정책과 관련해서는 유가발 공급 충격이 물가 등에 2차로 파급되는지가 향후 금리 경로의 핵심 변수라고 분석했다.
「### 유가 100달러·환율 1300원 후반…물가 자극 여부 주목」
유가와 환율은 4분기 물가를 좌우할 주요 변수다. 중동 지역의 원유 공급 차질 우려가 이어지면서 브렌트유는 이달 들어 배럴당 100달러를 웃도는 수준을 유지했다. 이달 초 안정세를 보였던 환율도 연준의 금리 인상을 전후해 변동성이 커졌다.
고유가와 고환율이 동시에 나타나면 한국 경제가 받는 충격은 커질 수 있다. 달러로 거래되는 원유 등 원자재 가격이 오른 데다 원화 가치까지 하락하면 원화로 환산한 수입 비용이 이중으로 높아지기 때문이다.
지난달 소비자물가는 1년 전보다 3.1% 올랐다. 통신요금 할인에 따른 기저효과를 제외하면 상승률은 2.5% 수준이지만, 석유류 가격은 14.2% 상승했다. 최근 국제유가와 환율 상승분이 시차를 두고 수입물가와 생산자물가를 거쳐 소비자물가에 반영되면 물가 둔화 속도가 예상보다 느려질 가능성이 있다.
3고 충격은 투자보다 소비에서 먼저 나타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하건형 연구원은 고금리와 고유가로 소비 회복세가 상대적으로 약한 반면, 반도체 중심의 수출과 설비투자가 경기 회복을 이끌 것으로 봤다. 긴축 부담 역시 투자보다는 소비에 집중될 것으로 예상했다.
최근 산업활동에서도 소비와 수출·투자 간 차이가 나타났다. 7월 전산업생산은 전월과 같은 수준이었고 소매판매는 2.4% 감소했지만 설비투자는 증가했다. 반도체와 컴퓨터를 중심으로 수출도 높은 증가세를 이어갔다.
「### 경기 급랭 가능성은 제한적…유가 안정 땐 3고 부담 완화」
3고 현상이 곧바로 경기 급랭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제한적이라는 시각도 있다. 미국과 한국에서 인공지능(AI) 투자와 반도체 수요가 견조하게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정훈 대신증권 연구원은 최근 장기금리가 올랐지만 미국 경제 성장을 이끄는 AI 투자는 시장금리에 상대적으로 덜 민감한 부문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금리 인상 사이클이 시차를 두고 경기를 둔화시키더라도 급격한 하강보다는 내년 상반기 이후 완만한 경기 둔화 가능성이 더 높다고 내다봤다.
환율 상승세가 장기간 이어질지도 지켜봐야 한다. 이 연구원은 과거 정책금리 인상기 사례를 고려하면 두세 차례 인상 때 달러 강세의 폭과 기간이 제한될 수 있다고 밝혔다. 한국의 대규모 경상수지 흑자가 원화 약세 압력을 상쇄할 수 있다는 평가도 덧붙였다.
4분기 경기의 주요 변수는 국제유가가 될 가능성이 크다. 유가가 더 오르면 물가와 금리, 환율을 동시에 자극할 수 있지만, 반대로 안정세를 되찾으면 3고 압력이 함께 누그러질 여지도 있다.
박상현 iM증권 연구원은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거치며 연준의 금리 인상 불확실성이 상당 부분 해소됐다고 설명했다. 유가 안정까지 가시화되면 장기 국채금리가 추가 상승할 위험도 크게 완화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4분기 한국 경제는 반도체 수출과 설비투자가 성장세를 지탱하는 가운데, 고금리·고환율·고유가가 소비와 물가에 얼마나 부담을 줄지가 관건이다. 특히 국제유가의 추가 상승 여부와 물가의 2차 파급, 연준과 한은의 후속 금리 결정이 연말 경기 흐름을 좌우할 핵심 변수로 꼽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