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주택도시공사(GH)가 공급한 공공분양 아파트에서 단지명에 들어간 공공 브랜드 ‘자연앤’을 빼달라는 입주 예정자들의 요구가 이어지고 있다. 평택 고덕에 이어 동탄과 안양에서도 단지명 변경 움직임이 나타났지만, GH는 준공 전 변경은 어렵다는 입장이다.
28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평택 고덕국제신도시 A4블록 ‘고덕 자연앤 하우스디’ 입주예정자협의회는 GH에 단지명에서 ‘자연앤’을 삭제해달라고 요청했다. 자연앤은 GH의 공공주택 브랜드다. 이 단지는 GH와 대보건설이 민간참여 공공분양 방식으로 공급하며, 2028년 입주 예정인 517가구 규모다.
입주예정자협의회는 입주 예정자의 약 94% 동의와 위임을 받아 민간 브랜드 ‘하우스디’를 중심으로 단지명을 바꿔달라는 입장을 GH에 전달했다고 밝혔다. 사인물 설계와 발주 전에 변경하면 철거·재제작 비용을 줄일 수 있다는 주장이다. 협의회는 자연앤 적용의 법령 또는 사업 협약상 근거가 있다면 공개해달라고 요구했으며, 평택시와 경기도, 경기도의회에도 민원을 냈다.
단지명 변경 움직임은 다른 GH 단지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입주를 앞둔 동탄 포레파크 자연앤 푸르지오 , 동탄 꿈의숲 자연앤 데시앙 , 안양 에버포레 자연앤 e편한세상 에서도 입주예정자협의회를 중심으로 변경을 추진 중이다.
GH는 입주 예정자들이 단지 가치 제고 등을 이유로 의견을 내는 점은 이해하지만, 공공분양에서 준공 전에 단지명을 바꾼 선례가 없고 다른 단지와의 형평성도 고려해야 해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GH 관계자는 단지명은 최초 입주자모집공고와 분양계약 때 확정됐으며, 모집공고문과 계약서 등을 통해 사업 중 변경이 불가하다고 사전에 안내했다고 밝혔다. 분양가상한제 적용 등 공공분양의 이점과 자연앤 브랜드 적용 사실도 분양 당시 고지했다는 설명이다.
GH에 따르면 준공 후에는 법정 동의율을 충족한 단지가 건축물대장 정비 등을 거쳐 이름을 바꿀 수 있다. 그러나 공사 중에 브랜드를 삭제한 사례는 없고, 준공 전 단지명 변경을 다룬 내부 규정도 없다. 다만 GH는 문주 디자인과 외장 시공 일정이 내년으로 예정돼 있어 법적·행정적 범위 안에서 합리적으로 협의할 여지는 있다고 밝혔다.
공공 브랜드를 둘러싼 갈등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서도 먼저 불거졌다. LH는 2020년 공공분양 브랜드 ‘안단테’를 도입했지만, 입주 예정자들의 변경 요청이 이어지자 2023년 입주 전 별도 브랜드를 사용할 수 있도록 방침을 바꿨다. 이에 2020년 10월부터 지난해 11월까지 공급된 공공분양 50여 개 단지 가운데 안단테를 유지한 곳은 1곳에 그친 것으로 알려졌다.
공공 브랜드를 없애는 것만으로 단지명 갈등이 해소되는 것은 아니다. 3기 신도시 첫 입주 단지로 예상되는 인천계양 A2블록(747가구)에서는 입주 예정자들이 지난 4월 시공사 제일건설의 ‘제일풍경채’를 적용해달라고 요청했다. 입주자모집공고문에 시공사 동의를 받으면 시공사 브랜드를 사용할 수 있다는 취지의 내용이 담겼기 때문이다.
제일건설은 LH 기준에 맞춰 지어진 단지라 자사 브랜드를 적용하기 어렵다며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민간 건설사가 시공만 담당한 단순 도급 방식의 공공분양 단지이기 때문이다. 입주 예정자들은 이에 LH와 시공사 브랜드가 아닌 제3의 단지명을 준비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21일 발표한 ‘주거안정플랜’에서 2030년까지 3기 신도시 등에 공공분양 주택 24만3000가구를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GH도 지난 4월 ‘GH Bridge 2030 행동계획’을 통해 2030년까지 직접 건설해 공급하는 주택을 기존 계획보다 늘리기로 했다. 공공 공급 단지가 증가하면서 단지명을 둘러싼 입주 예정자와 공공기관의 논의도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건설업계에서는 정부의 공공 공급에 속도가 붙으면서 공공 브랜드를 둘러싼 입주 예정자들의 요구가 계속되고 있으며, 브랜드 경쟁력과 운영 방식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