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금리 인상기에 취약 차주의 상환 부담이 급격히 커지는 것을 막기 위해 정책서민금융상품 등 고정금리 대출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연말 종료 예정인 고강도 스트레스 DSR도 연장해 차주의 금리 위험에 대응할 여지를 두는 방안이 거론된다.
금융위원회는 27일 기준 햇살론과 보금자리론·디딤돌대출 등 정책서민금융 및 정책 모기지 공급을 확대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정책서민금융상품을 늘리면 금리 상승기에 취약 차주의 부담을 줄일 수 있다는 취지로, 관련 내용은 내년도 예산안에 반영됐으며 추가 확대도 검토 대상이다.
당국은 고정금리 상품 공급을 늘려 변동금리 위험에 노출되는 차주를 줄이고, 연체가 발생하기 전에 상환 부담을 관리하려는 구상이다.
저신용자를 대상으로 한 소액 장기 대출 K-민생지킴대출에는 재정 3천억원을 투입해 총 6천억원 규모의 대출을 공급할 계획이다. 생계비 등 필수 자금을 적정한 금리로 구하기 어려운 저신용자가 불법사금융을 이용하는 일을 막기 위한 정책이다.
신용 하위 50% 이하 국민에게 최대 100만원을 연 4.5%, 10년 만기로 빌려주며, 6개월 동안 성실하게 상환하면 100만원을 추가로 대출받을 수 있다.
서민금융진흥원이 저소득·저신용자에게 최대 1천만원을 지원하는 햇살론 특례보증 등을 포함한 햇살론의 연간 공급액은 올해 5조9천억원에서 내년 6조2천억원으로 확대된다.
서민 주거 안정을 위한 정책 모기지 상품의 규모도 늘리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대상은 한국주택금융공사의 보금자리론과 주택도시보증공사의 디딤돌대출 등이다. 금융위는 정책서민금융 예산 증액안을 국회에 추가로 제출하는 방안도 살펴볼 것으로 예상된다.
당국은 은행권에 금리상한제 도입을 독려할 것으로 보인다. 차주가 과도하게 높은 금리에 노출되는 것을 제한하기 위한 조치다. 우리은행은 최근 포용금융 모델로 신용대출 금리를 7%로 제한하는 방안을 내놨다.
추석 연휴 이후에는 당국과 은행권이 10년 이상 장기 고정금리 상품 출시를 논의하는 작업도 본격화할 전망이다. 소비자가 선택할 만한 수준으로 금리를 낮출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일부 은행의 10년 고정금리 주택담보대출과 일반 6개월 변동금리 주택담보대출의 금리 차이는 1%포인트에 가까운 수준이다.
은행이 금리를 낮춰 장기 고정금리 상품을 출시할 경우 제공할 정책 인센티브도 당국과 업계가 조만간 논의할 예정이다. 예금보험료율이나 주택금융신용보증기금 출연료를 차등 적용하는 방안 등이 검토될 수 있다.
내년도 상반기 스트레스 DSR 운영 방안을 정할 때 금리 인상기 상황을 고려해 현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현재 금리 하한인 1.5%(수도권·규제지역 3.0%)가 유지될지, 연말 종료 예정인 지방 주택담보대출 3단계 적용 유예가 연장될지 주목된다.
일각에서는 당국이 오는 12월 스트레스 DSR을 추가로 상향할 가능성도 제기한다. 다만 스트레스 DSR은 통상 금리가 낮고 인상이 예고된 시점에 적용되는 반면, 현재는 이미 금리 인상기에 들어섰다. 시장금리가 올라 중장기 금리 전망치와의 차이도 줄어든 만큼 추가 상향의 근거가 약해졌다는 지적이 있다.
당국 내부에서는 미래 금리 변동 위험을 대출금리에 가산금리, 즉 스트레스 금리로 반영하는 스트레스 DSR이 차주의 부담 충격을 낮추는 역할을 한다고 평가한다. 대출 한도를 미리 줄여 금리가 향후 오르더라도 월 원리금 상환 부담을 억제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연 소득 7천만원인 차주가 변동금리 연 4.35%, 30년 만기로 대출받을 경우, 현행 스트레스 DSR을 적용한 한도는 3억3천900만원이며 월 원리금 상환액은 약 169만원이다. 스트레스 DSR을 적용하지 않으면 한도는 4억6천900만원, 월 상환액은 233만원으로 늘어난다.
5년 뒤 금리가 3%포인트 오르는 경우에도 스트레스 DSR이 적용된 차주의 5년 뒤 월 상환액은 225만원에 그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