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은 22일(뉴욕 현지시간)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 한반도 평화체제를 논의할 다자대화를 추진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 대통령은 한반도 평화체제가 남북과 미국·중국이 공감하며 논의해온 과제라고 설명하며, “대한민국은 오랫동안 멈춰 있던 북미대화가 조속히 재개되고, 한반도 전쟁 종식과 평화체제 전환을 위한 당사자 간 대화로 발전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8·15 경축사에서 평화체제 구축 의지를 강조하며 당사자 간 논의의 시작을 제안한 바 있다. 이번 연설에서는 당사자가 남·북·미·중 4자를 포함한다는 점을 구체적으로 밝혔다.
이날 4자 회담을 공식 제안한 것은 아니지만, 한국이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을 의제로 남북미중이 참여하는 다자대화를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국제사회에 표명한 것이다.
이 대통령은 평화체제 논의를 위한 다자대화가 당사자 간 관계 정상화, 다자 협력을 통한 공동성장, 동북아의 안정과 협력을 촉진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통일부 당국자는 대화의 틀에서 북미·북일 수교와 다자간 인도적·경제적 협력, 기후 대응 공조, 군사적 긴장 완화, 북한의 핵·미사일 고도화 중단 등을 다룰 수 있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이 대통령은 북핵 문제 해법과 관련해 “우선 북측의 핵·미사일 능력 고도화를 중단시키고, 중기적으로 축소를 거쳐 장기적으로 핵 없는 한반도를 향해 나아갈 수 있을 것”이라며 단계적 비핵화 방안을 다시 제시했다.
지난해 유엔총회 연설에서 ‘비핵화(Denuclearization)’를 언급했던 것과 달리, 올해는 ‘핵 없는 한반도’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비핵화라는 말은 올해 연설문 초안에 포함됐으나 막판에 제외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통령은 8·15 경축사에서 제시한 한반도 평화공존의 방향인 ‘3대 청사진’, 즉 포용적·안정적·책임 있는 평화공존도 재확인했다. 다만 일부 전문가가 제언한 북한의 공식 국호는 사용하지 않고 ‘북’, ‘북측’, ‘남북’이라고 표현했다.
이 대통령은 연설에서 “35년 전 남과 북은 바로 이곳에서 함께 유엔 회원국이 되었다”고 말했다. 35년 전 유엔총회에서 노태우 당시 대통령은 남북의 유엔 동시 가입 의미를 강조하며 북한을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라고 불렀다.
이 대통령은 한국이 평화체제 다자대화 실현을 위한 발판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남북을 ‘적대적 두 국가 관계’로 규정한 북한의 거부를 고려하면 쉽지 않은 과제라는 상황이다.
이화여대 교수는 미국과 중국을 설득해 북미대화를 성사시키는 것이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다자대화의 문을 여는 방법이며, 정부도 이를 택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 과정이 철저한 한미 공조 속에서 진행돼야 정부 구상의 실현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