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등 6개 지역에서 공사비 급등으로 멈춰 있던 공공주택 3천936세대 사업이 재개될 길이 열렸다. 대한상공회의소는 6일 민간참여 공공주택사업 참여 기업들을 대신해 감사원에 사전 컨설팅을 신청한 결과, 사업비를 현재 여건에 맞게 다시 산정할 수 있다는 의견을 받았다고 밝혔다.
사전 컨설팅은 법령 해석의 불확실성 등으로 의사결정이 어려운 경우 감사원에 미리 의견을 구하는 제도다. 감사원 의견에 따라 처리하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감사 면책 기준을 충족한 것으로 본다. 지난 5월 민간단체로 신청 자격이 확대된 뒤 대한상의가 이를 활용해 첫 성과를 냈다.
대상은 공공이 토지를 제공하고 민간 건설사가 자금 조달과 설계·시공을 맡는 민참사업이다. 2019∼2021년 협약을 맺은 뒤 사업 준비 기간 공사비가 약 30% 올라 당초 사업비로는 착공이 어려워졌다. 정부는 2023년 사업비 조정 근거를 마련하고 조정을 권고했지만, 협약서에 물가 변동을 이유로 사업비를 조정하지 않는다는 원칙이 있어 발주기관은 감사 부담으로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
지난해 발주기관이 신청한 사전 컨설팅에서는 사전청약 지구만 조정 대상으로 인정됐다. 대한상의는 업계 협의를 거쳐 지난달 6개 사업장에 대해 컨설팅을 신청했다.
감사원은 협약서가 물가 변동에 따른 조정을 원칙적으로 제한하더라도 불가피한 경우 합의로 예외를 둘 수 있다고 판단했다. 정부가 이미 조정 필요성을 인정했고, 협약 해지보다 사업을 유지하는 것이 주택 공급 측면에서 공익에 부합한다고 봤다. 다만 협약 해지 후 재발주할 때보다 공공의 부담이 커지지 않도록 조정 상한을 두고 최종 금액은 객관적인 절차로 확정하라는 조건을 달았다.
기업들은 협약 해지 시 기존에 투입한 사업비와 협약이행보증금 등 수백억원대 손실을 감수해야 했으나, 사업비 조정이 가능해지면서 부담을 덜게 됐다. 이종명 대한상의 산업성장본부장은 “감사원이 민간에 문을 열어준 덕에 기업 애로를 푸는 채널이 하나 더 늘었고, 그 첫 성과가 주택 공급이라는 국민 편익으로 이어지게 됐다”고 말했다.
대한상의는 이번 사례를 감사원과 민간이 기업 현안을 함께 해결하는 모델로 활용할 계획이다. 전국 상공회의소를 통해 접수하는 애로사항 가운데 공공기관과의 계약·인허가가 법령 불확실성으로 지체되는 사안을 선별해 감사원에 판단을 구할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