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은평구(구청장 김미경)가 자립준비청년의 일자리와 경제적 자립을 지원하기 위해 운영하는 직영 카페에서 청년 7명과 각각 11개월 근로계약을 맺은 것으로 확인됐다. 계약 기간은 퇴직금 지급 기준인 1년에 미치지 않는다.
이재명 대통령은 공공부문의 퇴직금 회피 목적 ‘11개월 계약’ 관행을 두고 “정부가 부도덕하다. 이러면 안 된다”고 비판한 바 있다. 정부가 1년 미만 계약을 원칙적으로 금지하는 대책을 발표한 뒤에도 은평구가 한 자립준비청년과 11개월 계약을 맺은 것으로 나타났다.
은평구, 11개월 계약 이유로 “더 많은 청년에 기회 제공”
은평구가 운영하는 직영 카페 ‘은평 에피소드’는 자립준비청년에게 일 경험과 경제적 자립 기반을 제공하기 위해 지난해 11월 문을 열었다. 계약대로 근로관계가 종료되면 계속근로기간은 1년에 못 미친다. 현행법상 계속근로기간이 1년 이상인 근로자에게는 30일분 이상의 평균임금을 퇴직금으로 지급해야 한다.
이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국무회의에서 “퇴직금 안 주겠다고 11개월로 정부가 계약하는 게 말이 안 된다”며 “정부가 부도덕하다. 이러면 안 된다”고 지적했다.
고용노동부는 지난 3월 9일 중앙행정기관과 지방정부, 공공기관 등 약 2100곳에 지도 공문을 보냈다. 상시·지속 업무에 1년 미만 기간제 근로자를 채용하는 것을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부득이한 경우에는 비정규직 채용 사전심사를 거치도록 했다. 퇴직금 지급을 피하려는 1년 미만 계약도 하지 않도록 지도했다.
정부는 이어 지난 4월 28일 ‘공공부문 비정규직 처우개선 대책’을 발표했다. 퇴직금 회피를 위한 1년 미만 반복계약 등을 불공정 고용관행으로 보고 공공부문의 1년 미만 계약을 원칙적으로 금지하기로 했다. 비정규직 채용이 불가피한 경우에는 업무 특성과 계약기간, 인원 등을 사전심사하도록 했다.
하지만 은평구가 체결한 계약 가운데는 대책 발표 이틀 뒤인 지난 4월 30일 작성된 것도 있었다. 근로계약서에는 근로 기간이 올해 5월 1일부터 내년 3월 31일까지로 기재돼 있다.
‘서울특별시 은평구 기간제근로자 관리 규정’ 제4조의2는 “1년을 초과하지 않는 범위에서 기간제근로자를 사용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계약 기간을 퇴직금 지급 기준보다 한 달 짧은 11개월로 정한 것을 두고 퇴직금 지급을 피하려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은평구는 11개월 계약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구는 “사업 자체가 자립준비청년이 온전히 홀로서기를 할 수 있을 때까지 한시적으로 직업·근로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라며 “더 많은 자립준비청년에게 근로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1년 미만으로 채용했다”고 밝혔다.
또 당시 적용되던 노동관계 법령을 위반하지 않은 적법한 계약이며, 퇴직금 회피 목적도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고용노동부의 3월 지도 공문에 대해서는 “실제 지자체가 현장에서 채용 기준으로 삼아야 하는 구체적인 지침은 5월 29일 시행된 ‘공공부문 비정규직 처우개선 가이드라인’”이라고 밝혔다.
은평구는 오는 10월 신규 채용부터 계약 기간을 12개월로 변경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