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비사업에서 분양신청권의 일부 포기는 권리 자체를 줄이는 경우 허용될 수 있지만, 여러 부동산 가운데 일부만 현금청산하는 방식은 허용되지 않는다는 하급심 판결들이 나왔다. 두 판결은 포기의 대상이 권리인지 물건인지, 조합원과 다른 조합원에게 어떤 영향을 주는지를 기준으로 판단했다.
조합원은 분양신청기간 안에 신청해야 새 주택을 공급받을 지위를 확보한다. 신청하지 않거나 기간 종료 전에 신청을 철회하면 기간 종료일 다음 날 조합원 지위를 잃고 현금청산 절차로 넘어간다(도시정비법 제72조, 제73조 제1항). 법에 명시된 것은 분양신청권을 전부 포기하는 경우다.
서울행정법원 2019구합63089 판결은 각자 단독 분양대상자인 두 조합원이 분양신청서에 서로의 이름을 적고 ‘총 2인’으로 함께 신청한 사건을 다뤘다. 두 사람의 종전자산가액을 합해도 배정 주택의 종후자산가액에 크게 못 미치자 조합은 이들을 1인의 분양대상자로 관리처분계획에 반영했다. 이후 두 주택의 양수인들이 각자 분양받을 지위가 있다며 계획의 하자를 다퉜다.
법원은 신청서 문언 등을 근거로 두 사람이 공동으로 1인의 분양대상자가 될 의사로 신청했다고 판단했다. 일부 포기를 허용하는 명문 규정은 없지만, 권리 행사나 포기의 방법을 모두 법에 적어야 하는 것은 아니므로 명시적 규정이 없다는 이유만으로 허용되지 않는다고 볼 수 없다고 했다. 조합원이 정관에 따라 분양청구권을 행사하거나 포기할 수 있고, 다른 조합원에게 불이익을 주지 않는 권리 축소라면 일부 포기도 가능하다고 봤다.
이 사건에서는 두 사람이 한 채만 배정받더라도 분양권 수가 늘지 않고 일반분양분이 한 채 늘어나며, 종전자산 출자에도 변함이 없었다. 법원은 조합이 신청서에 담긴 의사를 받아들여 권리 일부를 축소한 것을 계획재량의 행사로 보고 관리처분계획을 적법하다고 판단했다.
부산지방법원 동부지원 2020가합107956 판결은 준공유하는 분양신청권 가운데 한 사람의 포기를 다뤘다. 조합설립인가 후 주택 한 채를 양도한 甲은 양수인을 대표조합원으로 지정하는 특약과 함께 입주권 포기각서를 작성했고, 다른 한 채는 보유했다. 두 사람은 각각 자기 이름으로 분양신청서를 냈지만 조합은 공동분양권자로 정했다.
법원은 도시정비법 제39조 제1항 제3호가 대표조합원 외의 토지등소유자를 비조합원으로 취급하는 규정은 아니며, 대표조합원 이외의 소유자도 각자의 의사에 따라 분양신청권을 포기할 수 있다고 봤다. 포기각서 등에 비춰 甲이 권리를 포기했으므로 양수인에게 단독 분양권을 부여했어야 한다고 판단하고, 신청인의 의사에 반해 두 사람을 공동분양권자로 정한 부분을 취소했다.
반면 여러 부동산을 소유한 조합원이 일부만 분양신청하고 나머지를 현금청산하려 한 서울행정법원 2022구합74850 판결에서는 이를 허용하지 않았다. 법원은 조합원 지위와 현금청산대상자 지위가 양립할 수 없고, 도시정비법 제39조 제1항과 제76조 제1항 제6호가 수개의 부동산을 가진 조합원에게 1개의 분양권을 주거나 전부를 청산하는 것을 전제로 한다고 판단했다. 일부 자산을 먼저 청산하면 다른 조합원과의 형평에 어긋나고 정비사업의 단체법적 성격에도 맞지 않는다는 이유다.
판결들을 종합하면, 다른 조합원에게 부담을 주지 않는 ‘권리의 축소’는 허용될 여지가 있지만 ‘물건을 나누는 청산’은 허용되지 않는다. 일부 포기 의사는 분양신청기간 안에 신청서로 조합에 표시해야 한다. 조합은 각자 단독으로 신청한 사람을 의사에 반해 공동분양권자로 취급해서는 안 되며, 다물권자로부터 부동산을 양수한 사람은 포기각서와 대표조합원 선임동의서를 갖춰야 단독으로 신청할 수 있다. 다만 일부 포기를 인정한 판결들은 아직 하급심에 머물러 있어 개별 사안에 따라 판단이 달라질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