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도시기금이 투입되는 사업이 확대되고 있다. 전세사기 피해자 지원과 부실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장 지원에 이어 공공임대주택 공급에도 기금이 쓰인다. 반면 주요 재원인 청약통장 가입자는 1년 새 63만 명 넘게 감소했고, 올해 7월까지 청약통장 순증액은 2000억 원에 그쳐 재원 여력이 약해지고 있다.
9월 23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국토교통부는 내년도 주택도시기금 예산을 40조 6692억 원으로 책정했다. 올해 38조 2000억 원보다 2조 4692억 원 늘었다. 기금 지출은 2025년 35조 5000억 원에서 올해 38조 2000억 원으로 증가한 데 이어 내년에도 확대될 예정이다.
주택도시기금은 청약통장 등을 통해 마련한 자금으로 주택 공급과 주거복지 사업에 필요한 비용을 지원한다. 하지만 주요 재원인 청약통장으로 들어오는 자금은 줄어드는 추세다.
지난달 말 기준 청약통장 가입자는 2574만 524명으로, 1년 전보다 63만 2745명 감소했다. 신규 가입보다 해지가 많은 순감 흐름은 2022년부터 이어지고 있다. 청약통장 조성액은 2021년 23조 1000억 원에서 2024년 14조 8000억 원으로 줄었다. 올해 1~7월 유입액과 유출액을 합산한 순증액은 2000억 원에 그쳤다.
기금 여유자금도 과거보다 크게 감소했다. 2021년 말 49조 원에서 2022년 말 28조 8000억 원, 2023년 말 18조 원, 2024년 말 10조 1000억 원으로 줄었다. 지난해 말에는 전년보다 4조 3000억 원 늘어난 14조 4000억 원이었지만, 2021년 말과 비교하면 3분의 1에도 못 미친다.
전세사기 피해자 지원과 부실 PF 사업장의 공공지원 민간임대 전환에 기금이 투입되는 가운데, 공공주택 공급 확대에도 재원이 필요하다.
공공임대 확대에 기금 소요도 커진다
정부가 발표한 주거안정플랜도 향후 기금 부담을 키울 수 있다. 정부는 2030년까지 공적주택 119만 가구를 공급하고 장기공공임대주택 재고를 250만 가구 이상으로 늘릴 계획이다. 건설임대와 매입임대, 전세임대 등 공공임대 공급에 주택도시기금이 주요 재원으로 활용된다.
건설임대 착공 물량은 올해 3만 5000가구에서 매년 늘려 2030년 13만 4000가구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매입임대는 올해 6만 6000가구에서 2030년 5만 4000가구 규모로 공급할 예정이다.
정치권에서도 기금 활용 범위를 확대하려는 법안이 잇따르고 있다. 최근 전현희 의원은 국가가 주택도시기금을 통해 지원할 수 있도록 하는 법적 근거를 담은 법안을 발의했다. 이에 앞서 송옥주 의원은 청년·신혼부부의 주택 구입 및 전세자금 저금리 융자 지원 근거를 마련하는 법안을, 김영배 의원은 지역계정을 신설해 일정 재원을 지방자치단체에 배분하도록 하는 법안을 각각 발의했다.
기금 부족에 정책대출도 은행 자금 활용…이차보전 2조 원 넘어
국토교통부는 기금 자체 재원만으로 디딤돌·버팀목 등 정책대출 수요를 모두 감당하기 어려워지면서 시중은행 자금을 활용하는 방식도 병행하고 있다.
은행 조달 자금에 정책금리를 적용하면 시중금리와의 차액을 정부가 이차보전으로 부담해야 한다. 내년도 예산안에는 이차보전으로 2조 720억 원이 편성됐다. 이차보전 규모가 2조 원을 넘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주택도시기금은 공공주택 공급과 주거복지 확대 등 정책적 역할이 커지고 있지만, 청약통장 가입자 감소와 여유자금 축소로 재원 여력은 약해지고 있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공급 방식이 공공 주도로 기울면서 주택도시기금의 지출도 함께 커지는 구조”라며 “공공이 모든 공급을 떠안기보다는 민간과 역할을 나누면서 불필요한 지출을 줄이는 방향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서진형 광운대 부동산법무학과 교수(한국부동산경영학회장)는 “주택도시기금은 당초 목적에 맞게 활용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현재는 여러 정책과 사업에 필요한 재원을 기금에서 폭넓게 충당하면서 지출이 빠르게 늘어나고 있는 만큼, 기금의 역할과 사용 범위를 다시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