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혁주 서울과학기술대학교 명예교수는 최근 학술지 ‘부동산연구’에 게재한 논문에서 서울 아파트 가격 상승의 배경으로 도시계획에 따른 공급 제약을 지목했다. 이 교수는 투기 억제보다 주택 공급과 거래를 가로막는 요인을 없애는 일이 우선이라고 주장했다.
이 교수는 서울 집값이 공급 비용과 주거 편익을 고려해도 과도하게 높으며, 수십 년간 이어진 구조적 공급 제약이 근본 원인이라고 진단했다. 진보 부동산정책은 높은 가격에 추가 상승을 더한 요인이라고 평가했다. 계획규범적 관점에서 집값의 60~80%가 도시계획에 따른 공급 억제의 결과라는 분석을 제시했고, 경제학의 공급 부족 판단 기준으로 보면 지역과 가격대를 가리지 않고 주택이 부족하다고 주장했다.
투기가 집값 상승의 주된 원인이라는 인식에도 반박했다. 이 교수는 노무현 정부 이후 집값 상승에서 팬데믹 요인을 제외하면 진보 부동산정책의 영향이 컸고, 투기로 오른 가격은 서울 전체 아파트값 기준으로 제로에 가깝다고 말했다. 진보 정책이 투기 환경과 매매·분양·전세가격을 함께 자극했다는 게 그의 분석이다.
이 교수는 주택가격 안정을 위해 진보 부동산정책을 폐기하고 공급 기반을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2022년 5월 보수정부 출범 이후 주택 매매가격이 24개월 연속 하락한 주된 이유도 진보 부동산정책 기조가 사라진 데 있다고 해석했다. 기존 공급 경로를 정상화하는 데 그치지 않고 서울 기성 시가지에서 보통 수준의 아파트 공급을 늘려야 한다고 덧붙였다.
공급 방안으로는 재개발·재건축에서 현 계획 층수의 아파트 단지 건폐율을 3%p 높이면 아파트를 약 20% 더 공급할 수 있다는 주장을 제시했다. 이 교수는 가격탄력성 통계를 근거로 이 경우 집값이 최대 60% 떨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용산공원과 육사 부지의 아파트 공급 여부를 먼저 논의하기보다, 기존 시가지의 공급 확대를 우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향후 집값 문제 해결 전망은 비관적으로 봤다. 도시계획 전문가 집단의 인식 변화와 자기 성찰이 필요하지만, 직업적 정체성과 계획 실무의 정당성이 걸려 있어 이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이유를 들었다. 이런 변화가 없다면 집값이 안정되더라도 수요 억제 정책이 남고, 진보 부동산정책이 다른 모습으로 재등장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