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재건축 단지 가운데 처음으로 관리처분계획인가를 받은 대교아파트가 10월 1일부터 이주 절차에 들어간다. 주민들은 여의도 전세 매물 부족으로 파주·원주 등 먼 지역까지 임시 거처를 알아보고 있다.
25년째 단지에 거주한 한 주민은 이주를 앞두고 가구를 정리하며 1억원대 전셋집을 찾아 파주와 원주까지 알아봤다고 전했다. 단지에는 전체 세대가 2027년 3월 31일까지 이주를 마쳐야 한다는 안내문이 붙었다.
현재 최고 12층, 576가구인 대교아파트는 재건축을 통해 최고 49층, 912가구 규모의 ‘래미안 와이츠’로 바뀔 예정이다. 서울시 신속통합기획 자문사업 1호 대상지로, 2024년 1월 조합을 설립한 뒤 올해 5월 관리처분계획인가를 받았다. 조합 설립부터 이주 단계까지 약 2년 4개월이 걸렸다.
재건축 기대감은 거래 가격에도 반영됐다. 지난 7월 전용면적 133㎡가 39억원, 8월에는 95㎡가 34억원에 거래돼 각각 신고가를 기록했다. 6월 이후 매매 거래는 모두 8건이며, 30일 기준 온라인에 올라온 매물은 55개다. 다만 인근 중개업소들은 같은 물건이 여러 건으로 등록돼 있어 실제 매물은 평형별 두세 개 수준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매도자 중에는 조합원 지위 승계가 가능한 고령 장기 보유자가 많다. 투기과열지구 내 재건축 사업은 조합설립인가 이후 지위 승계가 제한되지만, 10년 이상 보유하고 5년 이상 거주하는 등 요건을 충족하면 예외적으로 승계할 수 있다. 한편 정부의 세제개편안 발표 뒤 거래와 매수 문의는 이전보다 줄었다는 게 현지 중개업소의 설명이다.
주민들이 당면한 과제는 수년간 머물 임시 거처를 찾는 일이다. 여의도에 남고 싶어 하는 이주 수요는 많지만 전세 매물이 드물고, 인근에 매물이 나와도 가격 부담이 크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주민들은 당산·마포·영등포 등으로 이동하고 있으며, 자녀가 있는 가구는 교육을 위해 목동이나 대치동을, 일부 고령층은 실버타운을 고려하고 있다.
이주 부담은 가구별로 다르게 나타났다. 가족이 보유한 아현동 주택으로 옮기는 한 주민은 대출 부담이 적어 이주가 수월하다고 말한 반면, 중학생 자녀를 둔 가구는 목동에서 기존보다 10평 작은 전셋집을 미리 마련했다. 다른 주민은 신축 아파트를 받아도 보유세와 분담금을 감당할 수 있을지 걱정하며 입주까지 최소 6년이 걸릴 수 있다는 점을 우려했다.
인근 중개업소들은 고령 집주인들이 분담금 마련과 보유 여부를 두고 고민한다고 전했다. 분담금을 낼 여력이 부족하면 집을 팔아 자녀에게 일부를 증여하는 방안도 생각하지만, 최근에는 매물을 내놓아도 거래가 쉽지 않다는 설명이다.
서광채 한양사이버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는 전세 구하기가 어려운 데다 이주비도 충분하지 않아, 현금이 부족한 주민은 생활 기반에서 먼 곳으로 옮길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주 수요는 재개발·재건축 사업의 주요 고려사항이며, 전월세난이 심해지면 후속 사업장에서 사업 속도를 조절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