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2030년까지 공공주택 119만가구 공급을 추진하는 가운데, 핵심 재원인 주택도시기금 여유자금이 최근 몇 년 사이 70% 가까이 감소했다. 청약저축 해지로 수입은 줄고 정책대출과 임대주택 건설 등에 쓰이는 지출은 늘어난 영향이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김종양 국민의힘 의원실이 국토교통부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6년 8월 말 주택도시기금 여유자금 운용잔액은 13조7592억원이다. 지난해 말 14조3872억원에서 8개월 만에 약 6280억원 줄었다.
청약저축 등을 재원으로 하는 주택도시기금은 주거복지와 주택 공급에 쓰인다. 여유자금은 서민 정책모기지 공급, 공공주택 건설 융자, 주택도시보증공사(HUG) 대위변제 등에 바로 투입할 수 있는 유동성 자산이다.
여유자금은 2021년 48조9825억원에서 2022년 28조7225억원, 2023년 18조8663억원으로 감소했다. 부동산 경기 침체가 심해진 2024년에는 10조1022억원으로 5년 사이 최저치를 기록했다. 지난해 14조3872억원으로 반등했지만 올해 다시 줄었다.
기금의 주요 재원인 청약저축 가입자 감소가 여유자금 축소의 주요 배경으로 꼽힌다.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따르면 청약통장 가입자는 2026년 8월 말 2574만명으로, 2022년 8월 2856만명보다 282만명 감소했다. 분양가 상승과 당첨 가점 경쟁 등으로 청약의 이점이 줄면서 통장을 해지하는 가입자가 늘어난 것으로 풀이된다.
반면 전세사기 피해자 지원, 디딤돌·버팀목 등 정책대출 수요 증가, 부실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장의 공공지원 민간임대 전환, 공공주택 융자 지원 등으로 기금 지출 부담은 커졌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청약 해지가 늘어나는 것과 더불어 인구구조적으로 신규 가입자가 줄어들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저출생 여파로 청약통장에 새로 유입될 젊은층 인구가 절대적으로 감소하면서, 향후 청약저축 납입금을 통한 기금 수입 증가를 기대하긴 어려워졌다”고 말했다.
정부의 2030년까지 공공주택 119만가구 공급계획에 따라 기금 수요는 계속 커질 전망이다. 건설임대·매입임대·전세임대 공급을 위한 자금 집행이 본격화하면 여유자금 감소가 빨라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한정된 재원을 효율적으로 배분하도록 사업 우선순위와 기금 운용 구조를 재검토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 연구위원은 “기금이 큰 폭으로 늘어나기 힘든 상황에선 기존 지출 구조의 낭비 요인을 줄이고 사업 우선순위를 정밀하게 따져보는 것이 핵심”이라며 “한정된 기금 여력을 고려해 공공주택 공급 목표와 정책금융 집행 속도를 고도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8월 말 기준 주택도시기금 여유자금 운용수익률은 **6.05%**였다. 국내주식형·국내채권형·해외주식형·해외채권형·대체투자 등 중장기 운용 수익률은 7.45%로 지난해 말 7.47%보다 소폭 낮아졌다. 국내주식형 수익률은 지난해 말 96.34%에서 76.03%로, 국내채권형은 2.70%에서 0.93%로 하락했다.
김종양 의원은 “정부가 공공주택 대량 공급을 외치고 있지만, 정작 그 집을 지을 곳간은 해마다 비어가고 있다”며 “재원 마련 방안이 제대로 검토되지 않은 공급 목표는 결국 발표문 속 숫자에 그칠 수밖에 없는 만큼, 정부는 기금 운용 계획과 구체적인 재원 조달 방안부터 국민 앞에 소상히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기획예산처 ‘2025회계연도 기금운용 평가 보고서’에도 주택도시기금 채권형 자산이 기준 수익률을 밑돌고 대체투자도 부진하다는 지적이 나왔다”며 “운용사 인력 관리도 문제로 지적돼 수탁기관으로서 보다 기금을 엄격하게 관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