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에 자녀나 손주에게 주는 명절 용돈은 얼마까지 세금을 내지 않을까. 세법에는 명절 용돈에 적용되는 일률적인 비과세 한도가 없다. 사회통념상 인정되는 통상적인 수준의 돈을 실제 생활비 등으로 사용했다면 증여세를 걱정하지 않아도 되지만, 용돈 명목으로 큰 금액을 주거나 받은 돈을 모아 주식·부동산 등을 취득하면 증여세 문제가 생길 수 있다.
미성년자가 부모나 조부모 등 직계존속에게 재산을 증여받으면 10년간 2000만 원까지 증여재산공제를 받을 수 있다. 이는 명절 용돈 자체에 적용되는 비과세 한도가 아니다. 용돈이 사회통념상 인정되는 범위를 넘는 증여로 판단될 때 적용되는 공제 한도이므로, 금액과 함께 주고받은 경위와 실제 사용처도 살펴봐야 한다.
명절 용돈의 증여세 과세 기준
국세청은 상속세 및 증여세법에 따라 사회통념상 인정되는 생활비·교육비·병원비·축하금 등을 증여세가 부과되지 않는 재산으로 보고 있다. 명절에 주고받은 용돈도 통상적인 수준이며 실제 용돈 등으로 소비했다면 비과세 대상이 될 수 있다.
국세청 관계자는 “명절에 주고받는 통상적인 수준의 용돈은 증여세가 과세되지 않지만, 용돈 명목이라도 사회통념상 인정되는 범위를 벗어나는 경우에는 증여세 과세대상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세법에는 ‘명절 용돈은 얼마까지’라는 식의 일률적인 금액 기준이 없다. 가정의 경제적 여건, 용돈을 주고받은 경위와 돈의 사용처 등을 종합적으로 따져 과세 여부를 판단할 수 있다.
사회통념상 인정되는 범위를 넘어 증여로 판단되더라도 곧바로 세금이 부과되는 것은 아니다. 증여자와 수증자의 관계에 따라 증여재산에서 일정 금액을 공제하기 때문이다.
10년간 합산하는 증여재산공제 한도는 배우자가 6억 원으로 가장 크다. 부모나 조부모 등 직계존속에게 증여받는 경우 성인은 5000만 원, 미성년자는 2000만 원까지 공제된다. 직계비속에게 증여받으면 5000만 원, 그 밖의 4촌 이내 혈족이나 3촌 이내 인척에게 받으면 1000만 원까지 공제된다.
따라서 미성년 손주가 할아버지나 할머니에게 받은 돈은 부모 등 다른 직계존속에게 받은 증여재산과 합산해 10년간 2000만 원까지 공제받을 수 있다. 성년은 같은 기준으로 5000만 원이 적용된다.
용돈으로 재산을 취득하면 증여세 과세 가능
받은 돈을 어디에 썼는지도 과세 여부를 가르는 요소다. 사회통념상 용돈이나 교육비로 인정될 만한 돈이라도 쓰지 않고 계좌에 계속 모아뒀다가 주식이나 부동산 등 재산을 사는 데 사용하면 증여세 과세 대상이 될 수 있다.
명절 용돈이 고위공직자 인사청문회에서 증여세 탈루 논란으로 이어진 사례도 있다. 2017년 김영주 당시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는 청문회에서 딸의 재산 형성과 관련해 명절마다 친척들에게 200만~300만 원가량의 세뱃돈을 받아 모았다고 해명했다. 증여세 탈루 지적이 나온 뒤 청문회 당일 증여세 1454만 1830원을 납부했다.
부모가 자녀 명의 증권계좌를 대신 운용해 수익을 냈다면 투자수익에도 증여세가 부과될 수 있다. 부모가 자녀에게 돈을 준 뒤 투자수익을 얻도록 할 목적으로 자녀 명의 계좌에서 계속적·반복적으로 주식을 사고팔아 수익을 냈다면, 부모의 기여로 자녀 재산 가치가 늘어난 것으로 판단해 해당 수익을 추가 증여로 볼 수 있다.
조부모가 자녀 세대를 건너뛰어 손자녀에게 직접 재산을 증여하면 세대생략 할증과세가 적용될 수 있다. 일반적인 증여세 산출세액에 30%가 가산되며, 미성년 손자녀가 20억 원을 초과해 증여받으면 할증률은 40%로 높아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