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도심공공주택복합사업의 사전기획이 지연되면서 사업 추진 체계를 바꿔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조합설립과 관리처분인가 등 민간 정비사업의 주요 절차를 생략해 사업 기간을 줄이려는 제도지만, 국토교통부의 지구지정과 서울시의 사업계획 승인 사이에 있는 사전기획 단계에서 협의가 길어지고 있다.
9월 28일 업계에 따르면 도심공공주택복합사업은 민간 재개발과 달리 조합을 설립하지 않고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 공공기관이 직접 시행한다. 지구지정과 사업계획 승인을 중심으로 진행돼 조합설립, 관리처분계획 수립·인가 등의 절차가 생략된다. LH가 인허가와 보상·이주, 분양, 공사 등을 일괄 관리해 복잡한 절차를 줄이고 사업 속도를 높이도록 설계됐다.
사전기획 단계에서 병목이 생기는 배경에는 지구지정과 사업계획 승인의 주체가 서로 다른 점이 있다. 지구지정 권한은 국토부에 있고, 사업계획 승인 권한은 시행령에 따라 서울시에 위임돼 있다. 두 기관은 주요 계획을 미리 조율해 후속 인허가 과정의 시행착오를 줄이려 사전기획 절차를 운영해 왔다. 그러나 협의가 길어지면서 이 절차가 사업 속도를 좌우하는 단계가 됐다.
최근 협의 지연에는 정부의 용적률 특례 확대가 영향을 미쳤다. 정부가 저층주거지에도 법적 상한의 최대 1.4배까지 용적률을 완화할 수 있도록 하면서, 기존 기준으로 검토하던 사업지의 추가 완화 폭을 다시 정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서울시는 설명했다.
서울시는 후속 사업지가 잇따르는 만큼 개별 사업지에 추가 용적률을 적용하기보다 공통 원칙을 먼저 마련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기존 기준으로 계획을 확정한 뒤 후속 사업지에 다른 기준을 적용하면 사업지 간 형평성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이유다.
서울시 관계자는 “앞으로 같은 절차를 밟을 사업지들이 계속 들어오는 상황에서 일부 사업지는 한 기준으로 보내고 다음 사업지는 다른 기준을 적용할 수는 없다”며 “추가 용적률 완화 범위에 대한 원칙을 정해놓고 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2종 일반주거지역이 3종으로 종상향되고 1.4배 특례까지 적용되면 서울시 기준 용적률 200%였던 곳이 최대 420%까지 올라갈 수 있다”며 “기반시설이 이를 감당할 수 있는지, 다른 사업과의 형평성은 적정한지 등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사전기획 정체가 장기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면서 정치권에서는 사업승인 권한 조정도 거론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서울시당 주택공급정책특별위원회는 국토부에 ‘공공주택 특별법 시행령’ 개정을 건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현행 제도에서는 국토부가 복합지구를 지정하고, 복합사업계획 승인은 시행령에 따라 서울시가 위임받아 맡는다. 특위는 사전기획 지연이 이어질 경우 시행령을 개정해 서울시에 위임된 승인권을 국토부가 직접 행사하도록 건의할 방침이다.
김남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공공도심복합사업의 원래 사업승인권자는 국토부이고 서울시에 이 권한을 위임한 상태”라며 “서울시가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한다면 시행령을 고쳐서라도 권한을 가져와야 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