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을 앞둔 가을 이사철에는 가족들이 모인 자리에서 부동산 이야기가 빠지지 않습니다. 전·월세를 구하기 어렵다는 하소연부터 집값이 오른 경험담까지 오가고, 집값과 함께 커진 중개수수료도 화제가 됩니다. 수수료를 내는 쪽은 부담을 호소하고, 받는 쪽도 어려움을 말하는 이른바 ‘K복비’의 갈등은 어디서 비롯될까요?
한국의 매매 중개수수료 법정 상한요율은 0.40.7%입니다. 미국은 56%, 일본은 3%를 웃돕니다. 비율만 보면 한국의 수수료는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지만, 국내 소비자들은 수수료 청구서를 두고 불만을 나타냅니다. 미국과 일본의 거래 구조를 살펴보면 그 배경에는 요율뿐 아니라 서비스와 책임에 대한 기대가 자리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 미국: 6% 관행을 둘러싼 소송과 제도 변화」
미국에서는 오랫동안 주택 매매가의 5~6%를 중개수수료로 지급하는 관행이 이어졌습니다. 10억원(약 75만달러)짜리 주택을 팔면 수수료가 6000만원에 이를 수 있습니다.
미국은 공적 기록만으로 소유권 관련 위험을 모두 보증하는 구조가 아닙니다. 이에 따라 거래 과정에서 권리 조사(title search)와 부동산권리보험(title insurance)이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타이틀 회사나 보험 에이전트 등이 공적 기록을 바탕으로 소유권 변동 내역과 유치권을 확인하고, 과거 소유자의 미납 세금이나 숨은 권리 등 발견하지 못한 하자에 대비해 타이틀 보험에 가입합니다. 주택 결함을 살피는 홈 인스펙션처럼 별도의 전문 서비스도 거래 과정에 포함됩니다.
한국과 다른 점은 매도인이 전체 중개수수료를 부담한 뒤 일부를 매수인 측 중개인에게 나눠주는 구조입니다. 통상 총수수료 5~6%를 매도인 측과 매수인 측이 배분하며, 총 6%라면 각각 3%씩 받는 방식이 대표적입니다. 매수인 측 몫은 다시 중개회사와 에이전트에게 나뉩니다.
주택 거래의 복잡성과 매수인 측 중개 서비스의 필요성 등을 배경으로 이 방식이 활용돼 왔지만, 수수료 체계에 대한 불만도 계속됐습니다. 매도인들 사이에서는 자기 집을 파는 과정에서 매수인 측 에이전트의 보수까지 부담해야 하느냐는 반발이 커졌습니다.
주택을 판매한 매도인들은 전미부동산중개인협회(NAR)와 주요 중개업체들이 수수료 경쟁을 제한하고 매도인에게 매수인 측 중개보수까지 부담시키는 구조를 만들었다며 반독점법 위반을 주장했습니다. 집단소송에서 2023년 배심원단은 원고 측 손을 들어줬고, NAR은 항소 절차를 밟는 대신 2024년 3월 4억1800만달러, 약 5500억원을 지급하기로 합의했습니다.
2024년 8월부터 매수인 측 중개인에게 지급할 보수를 매물정보망(MLS)에 미리 표시하는 관행이 금지됐습니다. 매도인이 매수인 측 중개인의 보수를 부담하는 것 자체가 금지된 것은 아니지만, 과거처럼 MLS에서 지급액을 사전에 확인하는 방식은 사라졌습니다.
이제 미국에서 주택을 구하는 사람은 중개인을 통해 집을 둘러보기 전에 중개인에게 지급할 보수를 직접 협상하고 서명해야 합니다. 관행적으로 정해진 비율을 내던 방식에서 벗어나, 중개 서비스의 내용과 보수를 소비자가 협의하는 구조로 바뀌고 있습니다. 이는 오랫동안 상한요율표를 중심으로 갈등을 겪어온 한국 시장에도 질문을 던집니다.
「### 일본: 수수료 부담과 구체적인 설명 의무」
일본도 한국처럼 중개수수료의 법정 상한이 있습니다. 400만엔을 넘는 부동산을 매매할 때 상한은 ‘집값의 3%+6만엔’이며, 소비세 10%가 별도로 붙습니다. 매도인과 매수인 양쪽에서 각각 받을 수 있어, 10억원짜리 주택이라면 각 당사자가 약 3000만원을 부담합니다.
일본에서도 ‘3% 상한’이 사실상 고정 수수료처럼 굳어지면서 소비자 불만이 적지 않습니다. 다만 중개수수료를 정해진 대로 지급하는 관행이 자리 잡아 제도가 유지되고 있습니다.
양국 소비자의 불만은 성격이 다릅니다. 한국에서는 충분한 서비스를 받지 못했는데 몇 달 치 월급에 해당하는 돈을 ‘통행세’처럼 내야 한다는 불만이 제기됩니다. 일본에서는 수수료의 절대적인 금액이 부담이라는 지적이 나옵니다. 일본 소비자들은 중개사가 제공하는 세밀한 서비스와 책임에 대해서는 전문성을 인정하는 분위기입니다.
일본에서는 중개업자, 즉 택지건물거래사가 계약 전에 확인하고 설명해야 할 사항과 절차가 법으로 구체화돼 있습니다. 계약에 앞서 매수인에게 ‘중요사항설명서(重要事項説明書)’의 내용을 처음부터 끝까지 알리고 확인받을 의무가 있습니다.
한국 중개사도 계약 때 확인·설명 절차를 거치지만, 원문은 일본의 설명서가 다루는 범위와 깊이가 더 크다고 설명합니다. 한국의 확인·설명서는 주로 등기부등본과 건축물대장을 토대로 열 장 안팎의 서류를 확인하고 1020분가량 설명하는 요약본에 가깝습니다. 반면 일본의 중요사항설명서는 주택과 관련한 이력을 살핀 수십 장 분량의 진단서에 가까워, 설명에 12시간이 걸린다고 합니다.
일본의 설명 대상에는 대출과 권리관계뿐 아니라 한국 중개사에게는 조사 의무가 없는 ‘심리적 하자’도 포함됩니다. 과거 해당 주택에서 고독사·자살·살인 사건이 있었는지를 알려야 합니다. 재해 위험과 상하수도 등 주택 이용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사항도 설명 대상입니다. 수해 위험은 해저드 맵으로 위치를 안내하며, 과거 홍수 때 침수된 깊이와 쓰나미 위험 지역 해당 여부, 토양 오염이나 석면 등도 거래 판단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경우 고지해야 합니다.
「### 사고 발생 시 드러나는 책임의 차이」
한국에서는 중개사가 서류에 누수나 하자가 없다고 표시했더라도 나중에 문제가 발생하면, 법원이 매수인의 확인 소홀도 고려해 중개사 책임을 크게 낮추고 소비자에게도 책임을 묻는 경우가 있다고 원문은 설명합니다. 중개사가 배상할 수 있는 법정 보증 한도는 2억원입니다.
일본에서는 중개사가 중요사항설명서에 내용을 빠뜨리고 주택을 판매하면 무거운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관할 관청은 최장 1년의 업무정지를 내리거나 중개사 면허를 취소할 수 있습니다. 설명을 소홀히 하면 영업을 이어가기 어려울 정도로 엄격한 제도입니다.
미국과 일본의 사례는 한국 소비자의 불만을 단순히 수수료율만으로 설명하기 어렵다는 점을 보여줍니다. 소비자가 낸 비용에 걸맞은 서비스를 받는지, 중개사의 전문성과 책임을 체감할 수 있는지가 쟁점입니다.
업계 관계자는 한국 중개 서비스가 매물 소개와 거래 당사자 연결에 치우쳐 있다는 지적이 있다며, 미국처럼 서비스 내용과 보수를 소비자가 구체적으로 선택하고 협의하는 구조를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집을 보여주는 일부터 권리 분석, 계약서 검토, 거래 전반 관리까지 소비자가 필요한 서비스를 고를 수 있다면 실제 노동과 전문성에 맞춰 요금을 지불하는 시장으로 나아갈 수 있다는 설명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