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재개발·재건축을 통한 주택 공급 확대를 추진하는 가운데, 정비사업으로 생기는 이주 수요에 대응하려면 수도권을 아우르는 대책이 필요하다는 제언이 나왔다. 단기 멸실을 우려해 정비사업을 늦추기보다 이주 수요를 면밀히 분석하고 충격을 분산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13일 서울 중구 서울갤러리 워크숍룸에서 열린 ‘정비사업 이주대책, 무엇이 문제인가?’ 라운드테이블에서는 정비사업에 따른 주택 멸실과 이주 수요가 부동산 시장에 미치는 영향, 정책 대응 방안이 논의됐다. 좌장을 맡은 김지엽 한국도시부동산학회 회장은 서울시의 2031년까지 31만가구 착공 목표와 관련해, 이주 수요가 집값과 전월세 시장에 영향을 줄 것이라는 우려가 있다며 주택 정책은 여러 요소가 얽혀 동태적으로 움직인다고 말했다.
첫 발표자인 박동하 건국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는 서울 전체의 주택 멸실 물량만으로 이주 수요를 판단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밝혔다. 지역별 상황과 주민 이동을 반영하고, 서울 밖으로 이동하는 상황을 부정적으로만 바라보지 말아야 한다는 설명이다. 박 교수는 신통기획2.0 물량이 지역 상황과 주민 움직임에 따라 서울 전역에서 다양하게 나타난다며, 이주 수요를 감당할 여력을 서울 임대차 시장뿐 아니라 수도권까지 넓혀 살펴야 한다고 말했다.
김정섭 울산과학기술원(UNIST) 도시미래전략 연구센터 교수는 국내 선행 연구를 살펴본 결과, 이주·철거에 따른 주택 재고 감소와 임차 수요 증가가 단기적으로 인근 임대가격을 올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기존 연구에서는 이주가 본격화되기 1~2개월 전에 임대가격 상승이 집중되고 이후 안정되는 패턴이 나타났다며, 이주 수요가 집중되는 지역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모니터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재훈 단국대학교 도시계획·부동산학부 교수는 정비사업 속도를 늦추면 주거 불안이 장기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올림픽파크포레온 전세 시장을 언급하며 매매와 전월세의 동반 강세가 심각하다고 진단하고, 속도 조절이 주거 불안 장기화와 비용 증가, 사업 동력 상실 및 슬럼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정 교수는 정책 목표를 정비사업을 늦추는 데서 공급을 앞당기는 방향으로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대안으로 3기 신도시를 활용한 광역적 이주 완충지대 조성을 제시했다. 계획 용적률을 300% 수준으로 높이면 기존 계획보다 약 6만4000가구를 추가 공급할 수 있다고 추산했다. 추가 공급 물량 일부를 정비사업 이주민을 위한 임대주택으로 활용하고, 서울의 이주 수요를 수도권 전체에서 분담하자는 제안이다.
마지막 발표자인 김준형 명지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는 현행 이주대책의 법적 한계를 지적했다. 이주대책은 토지보상법과 도시정비법에 근거하며 수립·시행 주체는 기본적으로 사업시행자인 조합이고, 서울시 역할은 주로 정비사업 시기 조정에 한정돼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노후계획도시정비특별법의 ‘연간 정비 허용 물량’에 대해서도 향후 공급 물량과 실제 이주 범위를 정확히 예측하기 어렵다며, 개별 사업 현장에서 주민의 주거 불안을 확인하고 직접 지원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