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로주택정비사업의 낮은 사업성, 영세 시공자의 참여,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소규모 정비사업 융자 한도 축소에 정부 대출규제와 미분양 증가까지 겹치며 사업 위기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전국에서 사업이 추진되는 가운데 예정대로 마무리될 수 있을지 걱정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현장에서는 상황이 이어지면 제2의 뉴타운·재개발 사태로 번질 수 있다는 경고도 제기된다. 과거 뉴타운·재개발 사업은 미분양 증가와 조합원 추가분담금 확대, 갈등에 따른 사업 지연, 비용 증가와 추가분담금 상승이 이어지는 악순환 속에 사업이 중단됐다는 것이다.
최근 가로주택정비사업의 주요 위험으로는 미분양이 꼽힌다. 소규모 사업이고 자금 여력도 충분하지 않아 외부 경제환경 변화에 대응하기 어렵다는 점이 현장에서 드러나고 있다.
부천 현장, 일반분양 부진 이어져
부천 가로주택정비사업은 어려움이 두드러진 사례다. HUG의 사업비 지원을 받아 공사를 진행한 한 현장은 일반분양을 시작한 지 1년가량 지났지만, 계약 실적은 여전히 한 자릿수에 머물고 있다.
고강동 A가로주택정비사업조합은 일반분양 물량 16가구 중 4가구의 계약을 마쳤다. 지난해 11월 분양을 시작해 올해 5월 준공했지만, 12가구는 아직 팔리지 않았다. 여월동 B가로주택정비사업도 수개월 전 일반분양에 나선 34가구 가운데 6가구만 계약됐다. 공사를 마치고 입주를 앞둔 상황에서도 분양 실적은 나아지지 않고 있다.
부천을 비롯한 수도권에는 조합원들이 이주한 뒤 나대지로 남아 있는 가로주택정비사업 현장도 다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합원들은 이주 후 이자를 부담하고 있으며, 공사비 증가와 조합 내부 갈등 등으로 착공 일정을 정하지 못하고 있다.
대출규제와 주변 공급에 영향
미분양을 불러온 직접적인 요인으로는 정부 대출규제가 지목된다. 정부는 지난해 10·15대책을 통해 서울·수도권 아파트의 대출을 LTV 60%, 6억원 한도로 제한했다. 이 규제가 부천 가로주택정비사업 아파트에도 적용되면서 미분양으로 이어졌다는 설명이다.
가로주택정비사업 아파트는 주변 주택 공급과의 경쟁에서도 불리한 구조다. 대규모 공공주택 단지가 분양에 나서면 수요가 그쪽으로 이동할 수 있고, 저렴한 공공택지 사업에 현금 여력이 있는 실수요자가 몰릴 수 있다는 것이다.
B가로주택정비사업조합 관계자는 부천에서 대장신도시 공공택지개발사업, 역곡 공공주택사업, 부천종합운동장역 역세권 융복합개발사업 등을 통해 2,000~3,000가구 규모의 공공주택이 공급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건축법에 따라 빠르게 지어지는 나홀로아파트도 가로주택정비사업 아파트의 수요를 가져가면서 미분양이 고착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